서울에서 임대등록이 말소됐거나 2028년까지 말소될 예정인 아파트 6만8000여호가 세제개편 논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월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정상화를 검토하면서, 공급 가뭄에 시달리는 서울 주택시장에 잠재 매물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임대기간 종료 후에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이 이어지면서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의무 기간 중 세제 감면은 물론이고 기간 종료 후 일정 기간의 혜택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현장 의견이 설득력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월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의 재검토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구조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핵심이 보인다. 현행 제도상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 의무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양도세 중과 배제와 50~70% 수준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를 영구적으로 적용받는다. 집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만 해도 세금 부담이 없는 구조인 셈이다. 참여연대가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듯, 등록임대주택 제도에 따른 편익이 임차인에 비해 임대인에게 최대 18배 이상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집값 급등기와 맞물리면서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변질됐고, 오히려 시장 유통물량을 급격히 줄이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이런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2020년부터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를 폐지하고 비아파트 중심으로 제도를 재편했지만, 기존 등록분에 대한 세제특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구체적인 물량을 살펴보면, 현재 임대등록이 말소됐음에도 여전히 보유 중인 서울 아파트가 약 2만5000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오는 2028년까지 자동말소 예정인 4만3000호를 합산하면 총 6만8000여호가 세제개편 방향에 따라 시장에 출회될 수 있는 잠재물량으로 분류된다. 서울 신규 정비사업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이 규모의 기존 재고주택이 시장에 나온다면 공급 측면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개편론의 핵심 논거다.
다만 실제 공급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등록임대주택 상당수가 이미 실거주로 전환됐거나 증여·상속을 위한 자산으로 묶여 있어, 세제혜택이 줄더라도 즉각적인 매도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가 양도세 부담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보유자라면 매도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한 세제혜택 축소가 임대사업자의 시장 이탈을 유도해 장기적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제도 폐지보다 정교한 설계가 핵심이다. 프랑스 코트다쥐르 지역에서는 임대료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수록 임대소득세율이 10~40%로 높아지는 구조로, 집주인의 실익이 자연스럽게 줄도록 세금 제도를 설계했다. 미국의 저소득층 주택 세액공제(LIHTC) 제도는 세제 혜택을 공공 목적과 엄격히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제도도 단순한 혜택 폐지보다는 임차인 보호 의무와 세제 혜택을 보다 정밀하게 연동하는 방향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결국 등록임대주택 특례 조정이 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질지, 그 효과가 어느 수준일지가 이번 세제개편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다음 달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개편 수위를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