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음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부동산R114 AI 시세 조사를 분석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1년간(2025년 6월~2026년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15% 이상 올랐고 전국 단위로도 약 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KB부동산 월간주택 시계열 기준으로도 취임 직전인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14.73%에 달해, 노무현·문재인 정부 초기 1년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양극화도 심각하게 벌어졌다. KB부동산의 전국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상위 20% 아파트 평균가를 하위 20% 평균가로 나눈 값)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전 11.6배에서 올해 5월 기준 13.4배로 확대됐다. 취임 전후 배율 변동이 없었던 윤석열 정부(10.1→10.1)나 오히려 낮아진 박근혜 정부(5.1→4.6)와 비교하면 이번 정부 들어 자산 불평등이 유독 가속화된 셈이다. 특히 5분위 배율이 역대 최고인 12.8배를 기록한 데다,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승세는 강남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R114 집계를 보면 현 정부 1년 사이 광진·동작·중·강동·성동 등 이른바 비강남권에서도 20% 이상 급등한 것으로 확인된다. 경기권에서는 성남·광명·하남·안양·용인·과천 등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10% 이상 아파트값이 뛰었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 10·15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등 세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FOMO(소외 공포) 심리를 자극해 매수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간 단위 시황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3%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이 상승했고, 전남(0.23%)·경기(0.20%)·서울(0.14%)·전북(0.11%)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강원·경북·제주 등 일부 지역은 하락했다.
전셋값과 월세도 동반 오름세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4% 상승했으며 세종(0.23%)·경기(0.19%)·서울(0.15%)·전남(0.14%)·인천(0.12%)·울산(0.11%) 등이 0.10%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KB부동산 아파트 월세지수 기준으로 이재명 정부 1년간 서울 월세 누적 상승률은 8.9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출범한 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공급 여건도 여의치 않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6년 기준 2만 가구 미만으로 예년 평균의 절반에 그쳐 공급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공급 확대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R114는 "현 정부 들어 크게 세 차례 초강력 정책이 시행된 점을 고려하면 정책 효과에 따른 가격 억눌림이 정말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음 달 예정된 세제 개편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기점으로 정부가 세제·공급·금융 규제 등 다방면에서 방향 전환에 나설 수 있을지 지켜볼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