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 대금 3조7천억 원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쏠림을 해소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웠지만, 정작 증시 호황의 수혜가 강남권 고가 주택 매입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 대금 3조7천254억9천400만원이 주택 매입에 활용됐다. 이 가운데 65.5%인 2조4천396억원은 서울 주택 매입에 집중됐으며, 특히 강남구(3천706억원), 송파구(3천531억원), 서초구(2천903억원)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자금이 쏠렸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투입 규모가 1조2천592억원으로 전체 연령 중 가장 컸다. 40대(1조1천086억원), 50대(8천22억원), 60대 이상(4천893억원)이 뒤를 이었다. 자산시장에서 수익을 실현한 30~40대가 고가 부동산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고가 주택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이후 꾸준히 3~5% 안팎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1~3월 9%대로 급격히 오르더니 4월에는 13.2%까지 치솟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최근 5년 월평균과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달아오른 국내 증시가 있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도 아래 강세를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증시에서 실현된 차익이 대출 규제의 공백을 메우는 자기자본으로 전환되면서 고가 주택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 같은 흐름을 조명했다. FT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을 짚으며, 코스피 상승이 오히려 부동산 수요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식으로 수익을 낸 사람들이 결국 그 돈을 부동산에 넣는다"는 경기 용인 거주 IT업계 종사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를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한국 가계의 자산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런 흐름이 왜 반복되는지 이해가 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에 달하는 반면, 주식은 9% 수준에 불과하다. 가계부채 역시 순가처분소득 대비 약 1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상위권이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코스피 상승률은 약 25%였지만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집값은 50% 이상 올랐다. "주식으로 벌어도 결국 집이 더 많이 오른다"는 학습 효과가 투자자들의 행동 방식에 깊이 각인돼 있는 셈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엇박자를 이루고 있다. 정부는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를 바꾸고, 자금을 생산적 투자로 유도하겠다는 '머니 무브' 전략을 내세워왔다. 높은 집값이 자산 불평등을 심화하고 출산율 저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하에 대출 규제 강화, 다주택자 세제 손질, 일부 지역 거래 제한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FT는 이런 정책들이 부동산을 향한 시장의 뿌리 깊은 선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도 이 흐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증시 수익이 고가 주택 매입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투기 목적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양도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 개편 작업을 추진 중이다. 실거주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자·투기 수요에는 세 부담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김종양 의원은 "국민들이 주식을 팔아 집을 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자본시장 자금의 부동산 이동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정책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