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산업은행의 매각 결정으로 시작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마침내 법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가 25일 양사 법인 합병을 조건부 인가하면서, 198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항공업 진출 이후 38년간 유지된 국내 양대 국적 항공사 체제는 올해 12월 17일을 기해 단일 메가캐리어 체제로 전환된다.
이번 합병 인가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토부는 항공사업법상 면허 기준을 준용해 신규 면허에 준하는 수준으로 요건을 심사했다. 항공·소비자·고용·법률·회계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합병자문단의 자문을 비롯해 연구원과 회계법인의 전문 검토까지 거친 뒤 면허 자문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한 결과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이 제출한 이행 계획의 차질 없는 추진 여부, 안전운항체계 변경검사, 해외 항공당국의 인허가 완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부 인가 방식을 택했다.
합병까지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11월 신주인수계약 체결로 출발한 이번 통합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13개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잇달아 거쳐야 했다. 특히 EU와 일본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분리매각, 유럽 노선 슬롯 반납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심사를 장기화시켰다. 2024년 12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지분 63.88%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뒤에도 양사는 별도 운항증명(AOC)을 유지하며 통합 안전운항 매뉴얼 작성 등 행정 절차를 이어왔다.
통합 이후 항공 시장 재편 규모는 상당하다. 합산 국내 시장 점유율이 탑승객 기준 약 67%에 달하는 압도적인 독점 사업자가 출현하게 된다. 이에 국토부는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저비용항공사(LCC)에 서남아시아·유럽 운수권을 배분하고, 대체 항공사 진입이 필요한 노선에도 LCC 운항을 지원해 독과점 폐해를 완화할 방침이다. 27년 1분기에는 에어서울과 에어부산도 진에어로 통합될 예정이어서 LCC 시장의 경쟁 지형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이소영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국내 1·2위 대형 항공사 합병으로 항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항공 안전과 소비자 편의가 축소되지 않도록 엄중히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항공에 "정부의 규제와 감시에 앞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1국적사로서 품격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강조했다.
대한항공 측은 합병 완료 이후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2028년 말부터는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통합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항공업계에서도 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 전략은 이미 검증된 사례가 있다. 글로벌 항공사 순위 4위인 루프트한자가 2005년 스위스항공을 인수해 유럽 최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것이 대표적인 선례로 거론된다. 대한항공은 12월 17일 합병 기일을 목표로 안전운항체계 변경검사, 해외 항공당국 운영기준 변경 인가 등 남은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