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광주에서 서남권 메가특구 지정과 800조원 투자에 따른 일자리·기반시설 청사진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며 호남을 첨단산업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전날 청와대에서 4755조원 규모 3대 메가프로젝트의 큰 그림이 공개된 데 이어, 이날은 서남권에 한정된 실행 계획과 지원책이 한층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서남권에 최소 1개 이상의 메가특구를 지정하겠다는 새로운 구상을 내놨다. 기업이 겪는 다양한 규제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 특례를 제거하는 메가특구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전날 발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투자 결정과 정부의 전국 단위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큰 틀에서 제시하는 데 그쳤다면, 이날은 서남권에 적용될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투자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도 새롭게 공개됐다. 김 장관은 서남권 첨단산업 투자가 총 896조원에 이르며, 이 중 800조원이 투입되면 전남광주가 5년간 생산하는 금액에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일자리를 찾아 호남을 떠난 청년이 10만명에 달했던 점을 짚으며, 이번 투자가 본궤도에 오르면 최대 160만명의 일자리가 이 지역에 새로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일자리 숫자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추상적이었던 '경제지도가 새로 쓰여진다'는 표현에 실질적인 규모감을 더했다.
전력·용수 등 인프라 지원 방식도 한층 구체화됐다. 김 장관은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으로 필요한 전력·용수 기반시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100% 책임지겠다"며, 지역에서 근무할수록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 6.3GW 전력과 하루 65만톤의 용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대형 원전 4기를 넘는 설비용량이자 국민 200만명 이상이 하루 동안 쓰는 수돗물양과 맞먹는 규모다.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장래 물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댐 여유량과 수계 조정 등을 통해 하루 최대 80만톤 안팎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새로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향한 지원 방안도 이날 별도로 다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남 인구가 1330만명에 달하는 반면 호남은 500만명에 못 미친다는 현실을 짚으며, 이를 교정할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련 사안을 직접 관할해 기획과 집행, 최종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대 20조원 범위에서 지방정부와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김 장관도 새 통합특별시를 향해 교통·주거·여가 등 정주여건 개선에 모든 행정 역량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이날 광주를 시작으로 다음 달 2일 충남 아산에서 충청권 보고회를, 3일에는 경남 진주에서 영남권 보고회를 잇따라 열어 권역별 투자 계획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