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합건물 매매 시장에서 자금 조달 방식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서울 전체 대출지수는 1년 새 6%포인트 넘게 떨어졌지만, 강남·성동·용산 등 고가 주거지와 금천·노원 등 외곽 중저가 지역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심화됐다.
부동산 정보 앱 집품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집합건물 대출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4곳의 대출지수 평균값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평균 대출지수는 지난해 5월 55.1에서 올해 5월 49.01로 6.09%포인트 하락했다. 집합건물 대출지수는 매매금액 대비 근저당권 설정금액의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택을 살 때 대출에 의존한 거래가 많았다는 뜻이다.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곳은 동대문구로, 69.13에서 50.92로 18.21%포인트 떨어졌다. 성동구(52.21→34.94, 17.27%포인트), 강북구(68.47→54.56, 13.91%포인트)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서초구(34.19→37.72)는 3.53%포인트 오르며 25개 구 중 유일하게 대출 의존도가 높아진 자치구로 집계됐다.
권역별 격차는 특히 두드러졌다. 5월 기준 대출지수 평균값이 가장 높은 곳은 금천구(63.02)였다. 중랑구(57.54), 구로구(56.97), 노원구(56.57), 도봉구(55.57) 등 이른바 '노도강' 권역과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이들 지역에서는 6억 원 한도의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차입 매입이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원구의 경우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서울 최상단권인 56.4%를 기록하는 등,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젊은 실수요자의 유입이 집중되는 구조가 나타났다.
반대편 하위권은 대형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이 차지했다. 강남구(29.44), 성동구(34.94), 용산구(35.68), 서초구(37.72), 송파구(41.23) 순으로 낮았으며, 가장 높은 금천구와 가장 낮은 강남구의 격차는 33.58%포인트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대출 한도가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에서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 거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5월 강남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20억 원 이상 고가 비중은 72.9%로 올해 1월(58.1%) 대비 14.8%포인트 급등했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53.6%에서 71.1%로 17.4%포인트 확대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 평균이 13.6%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강남권으로의 고가 거래 쏠림이 얼마나 심화됐는지 드러난다. 현행 규정상 25억 원 초과 아파트에는 2억 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 20억 원대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10억 원 후반대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은 현금 자산을 보유한 수요층이 강남권 매수를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가격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강남3구는 올해 3~4월 보유세 부담 급등과 공시가격 상승 충격으로 일시적인 조정세를 겪었으나, 4월 말 서초·송파구가 차례로 상승 전환하고 5월 초 용산구도 4주 만에 반등하면서 고가 주거지의 가격 회복력을 재확인했다. 거래 회전율은 서울 하위권에 머물면서도 집값이 반등하는 '소량 고가 거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주택자 세제 강화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강남권 핵심 입지로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평균값과 중앙값의 차이에서도 권역별 특성이 드러났다. 강남구는 대출지수 평균값(29.44)이 중앙값(21.78)을 7.66%포인트 웃돌았다. 이는 대부분 거래가 낮은 대출 비율로 이뤄지는 가운데, 일부 대출 비중이 높은 거래가 평균을 끌어올린 구조임을 보여준다. 성동구(평균 34.94·중앙값 28.57), 용산구(35.68·29.82), 서초구(37.72·32.70)도 모두 평균이 중앙값을 웃돌았다. 반면 금천구는 중앙값(65.85)이 평균값(63.02)보다 높았고, 중랑구·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외곽 지역도 중앙값이 평균값을 4~5%포인트 초과했다. 시장 내 다수의 거래가 높은 수준의 대출을 동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대출 규제 강화와 전셋값 급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월 첫째 주 기준 주간 0.29% 올라 2015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울 아파트값도 지난해 연간 8.98% 상승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중저가 주택으로 실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품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강화 영향으로 서울 전체의 대출 의존도는 낮아지는 추세"라며 "강남권은 현금 위주의 거래가 정착된 반면 외곽 지역 수요자들은 여전히 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자금 조달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