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4E 12단 샘플 고객사 출하…삼성과 차세대 AI 메모리 격돌

AI 메모리 시장의 세대 교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18일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양사의 차세대 HBM 주도권 경쟁이 HBM4 양산 단계를 훌쩍 넘어 HBM4E 영역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SK하이닉스, HBM4E 12단 샘플 고객사 출하…삼성과 차세대 AI 메모리 격돌
ⓒ SK하이닉스

주목할 점은 두 회사 모두 자체 로드맵보다 샘플 공급 시점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샘플 공급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보다 이른 6월에 출하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 역시 3분기(7~9월)로 제시했던 HBM4E 샘플 공급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고객사에 먼저 전달한 바 있다. 양사 모두 당초 계획보다 수개월씩 일정을 앞당기며 시장 선점 경쟁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HBM4E는 전작인 HBM4(6세대)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한 것이 핵심이다. 핀당 최대 16Gbps(초당 기가비트)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했으며, 에너지 효율도 20% 이상 향상됐다. 전작 대비 메모리 대역폭은 약 38% 높아졌고, 다이 밀도(Die Density) 역시 약 33% 개선해 집적도를 끌어올렸다. 최신 인터페이스와 설계 최적화를 통해 데이터 전송 지연도 줄여 대규모 AI 학습·추론 환경에서 처리 병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진전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제품에 어드밴스드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공정을 적용해 12단 적층 기준 48GB 용량을 구현했다. MR-MUF는 복수의 D램 칩을 쌓은 뒤 칩 간 공간에 보호재를 채워 구조 안정성과 방열 성능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이다. 특히 열 저항을 HBM4 대비 약 17% 낮춰 고강도 컴퓨팅 환경에서도 메모리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과 양산 역량을 HBM4E에도 이어가 AI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를 선제적으로 구현해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서의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핵심 고객사들과 긴밀히 협업해 적기 양산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HBM4E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울트라'에 탑재될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루빈 울트라는 GPU당 384GB의 HBM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HBM4E 12단 48GB 제품 기준으로 GPU당 8개가 장착되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루빈 울트라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어느 회사가 먼저 검증을 마치고 물량 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느냐가 HBM4E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차세대 HBM 경쟁의 구도는 선제 개발을 앞세우는 삼성전자와 축적된 양산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SK하이닉스의 전략적 대결로 압축된다. SK하이닉스는 HBM3, HBM3E, HBM4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양산·공급 이력을 근거로 HBM4E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고 지난달 HBM4E 샘플을 먼저 공급하는 등 선제 개발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번 SK하이닉스의 샘플 출하를 계기로 양사의 경쟁은 개발 단계를 지나 양산 전환 속도와 수율 싸움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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