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앞둔 SK하이닉스…ETF 패시브 자금 2조3000억 몰려온다

SK하이닉스가 다음 달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면 글로벌 반도체·나스닥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최대 15억 달러(약 2조3000억 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이 새롭게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 연합뉴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 ADR 편입이 가능한 ETF로 나스닥 지수 추종 ETF,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을 담는 ETF, 이머징 지수 추종 ETF, 글로벌 AI 테마형 ETF 등을 꼽았다. 반도체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반에크 반도체(SMH)'와 '아이셰어즈 반도체(SOXX)' 등에서 3억4000만 달러,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등 나스닥 지수 추종 ETF에서 4억5000만 달러의 편입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액티브 ETF와 신흥국(이머징마켓) ETF 등에서도 7억 달러 이상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전망의 핵심은 ADR 상장 방식의 선택에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기존 발행 주식의 2.5%에 해당하는 1779만 주를 신주로 발행해 나스닥 시장에 올린다. 발행가액은 DR당 25만5500원이며, 조달 자금 규모는 최대 45조4500억 원에 달한다. 대표 주관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간이 맡았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와 달리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아닌 나스닥을 상장지로 선택한 점이 주목된다. TSMC는 NYSE에 상장해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지만,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올해 12월 정기변경 시 나스닥100 지수 편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미 일부 미국 ETF가 한국 본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상장 종목만 편입할 수 있는 ETF와 지수는 ADR이 생겨야 편입 대상이 된다. 대표적으로 SMH의 기초지수인 'MVIS 미국 상장 반도체25지수'가 이에 해당한다. 편입 가능한 지수들 가운데 나스닥100은 상장 직후 비교적 빠른 편입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상장 후 3개월 이상의 경과 요건을 충족해야 해 빠르면 내년 9월 정기변경에서야 편입될 전망이다. ICE 반도체지수는 지수위원회 재량에 따라 올해 12월 분기 리밸런싱에서 특례 편입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TSMC의 ADR 사례는 SK하이닉스가 나스닥행을 선택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현재 TSMC 본주를 담은 글로벌 펀드는 1만2748개로 삼성전자(1만1975개), SK하이닉스(9994개)와 큰 격차가 없다. 그러나 TSMC ADR만을 편입한 ETF는 416개에 달하며, 이들 ETF가 보유한 잔고는 226억 달러로 TSMC ADR 시가총액의 4.6% 수준이다. 1997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TSMC ADR이 현재 400개가 넘는 미국 ETF에 편입된 것처럼, SK하이닉스 ADR도 반도체·AI·나스닥 등 다양한 테마 ETF로 투자자 저변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ADR 상장의 파급 효과는 단순한 자금 조달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이번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의 가치 평가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며 기존 주가순자산비율(PBR) 2.8배에서 3.4배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29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높여 잡았다. HSBC는 지난 13년간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보다 평균 35%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온 데는 미국 투자자의 높은 접근성과 주주 친화 정책이 작용했다며, 미국 상장이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핵심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6.97배로, 3위인 마이크론(9.46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 마이크론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되기 시작하면 이 같은 밸류에이션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ETF를 통한 꾸준한 매수세가 ADR 가격을 끌어올리면, 투자자들이 비싸진 ADR을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본주를 매수하는 차익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코스피 본주 주가를 밀어 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ADR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전액을 시설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 약 31조 원, 청주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조성에 19조 원이 각각 사용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AI 기술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의 미국 ADR 나스닥 상장은 2004년 LG디스플레이 이후 22년 만의 일로, 이번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입성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위상 재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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