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잇달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확보하며 20년 넘게 정체됐던 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민선 9기 들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조해온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 기조 아래 강남 3구 전역의 노후 대단지 재건축이 일제히 활기를 띠고 있다. 2031년까지 신규 주택 31만가구 착공을 공약으로 내건 오 시장 입장에서는, 정체됐던 대형 단지들이 잇따라 인허가 문턱을 넘는 것이 공급 목표 달성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두 단지 모두 2003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으며 재건축 논의가 시작됐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35층 높이 규제와 '1개 동 남기기' 정책 등에 발목이 잡혀 20년 가까이 사업이 표류했다. 흐름이 바뀐 건 서울시가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신속통합기획' 정책을 도입하면서다.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인가, 통합심의 등 핵심 단계가 잇달아 단축되면서 두 단지는 최근 1~2년 새 빠르게 절차를 밟아왔다.
강남구는 지난 2일 대치동 316번지 일대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의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2일 인가를 신청한 뒤 관련 부서·기관 협의와 주민공람 등을 거쳐 법정 처리기한인 60일보다 33일 앞당겨 처리됐는데, 강남구 재건축 인가 가운데 최단 기록이다. 강남구는 구청장이 직접 단장을 맡는 전담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사업장별 공정 관리와 주민 소통을 지원해왔으며, 김현기 강남구청장은 이날 단지를 찾아 주민들에게 인가서를 직접 전달했다. 1979년 준공돼 현재 4424가구 규모인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을 거쳐 지하 6층~지상 49층, 29개 동 5850가구(공공임대 909가구·공공분양 195가구 포함)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은 관리처분인가와 이주, 철거 등 후속 절차를 거쳐 2028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지난 1일 서강석 구청장의 민선 9기 1호 결재로 잠실주공5단지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나왔다. 2013년 조합설립인가 이후 10년 넘게 지연됐던 이 단지는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 대상에 선정되며 절차에 속도가 붙었고, 지난해 6월 통합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12월 인가를 신청해 이번에 결실을 봤다. 1978년 준공돼 3930가구 규모인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후 주택용지(지하 5층~지상 49층)와 복합용지(지하 5층~지상 65층)를 합쳐 총 6411가구로 재탄생한다. 정비계획 고시 당시 추정비례율은 86.15%로 산정된 바 있다. 조합 측은 후속 절차를 거쳐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재건축 절차가 진전될 때마다 두 단지의 시세도 가파르게 반응했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38억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썼는데, 2024년 11월(27억원 선) 대비 큰 폭으로 뛴 수치다. 다만 정부 규제가 강화된 올해 들어서는 34억~36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역시 지난해 12월 46억2500만원에 손바뀜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1년 전보다 13억원가량 오른 금액이며, 올해는 43억~45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에서는 같은 면적대가 40억원대에 진입하며 송파구 '국민 평형' 아파트 중 처음으로 40억원 벽을 넘어선 사례도 나왔다.
두 단지의 인가 소식은 인근 정비사업 단지들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조합설립 이후 오랫동안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미뤄졌던 잠실장미 1·2·3차와 잠원동 신반포 2·4차, 강남구 압구정현대 등도 최근 집행부 정비와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강남권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절차를 밟으면서 도심 공급 물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