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대출 가능 여부가 집을 가르는 기준선으로 굳어지고 있다.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1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 의존도가 크게 떨어졌고, 25억원을 넘는 주택은 사실상 대출로 매수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대출이 가능한 가격대로 몰리면서 중저가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부동산R114가 집계한 최근 1년(2025년 6월 27일~2026년 6월 26일)간 서울 아파트 가격대별 현황에 따르면, 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68.8%에서 59.8%로 9.0%p 줄었다. 가구 수로 환산하면 같은 기간 약 106만4000가구에서 87만9000가구로, 18만5000가구가 15억원 이하 구간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반면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비중은 17.6%에서 23.3%로 늘었고, 25억원 초과 고가 구간은 큰 변동이 없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더라도 흐름은 비슷하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9억원 이하 비중은 약 49.8%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 수준보다 10%p 이상 급증했다.
중저가 쏠림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2025년 6월 39.8%에서 올해 6월 31.9%로 7.9%p 줄었는데, 관악구는 이 비중이 64.3%에서 43.8%로 20.5%p나 빠졌다. 관악구는 최근 1년 아파트값 상승률이 18.8%로 서울 외곽지역 중 가장 높았다. 봉천동 한 대단지 전용 59㎡는 1년 전 7억~8억원대에서 현재 9억~10억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강북구도 9억원 이하 비중이 92.5%에서 79.8%로, 가구 수 기준 2만3000여가구에서 1만9000여가구로 줄었다. 구로구(75.9%→66.3%), 은평구(56.3%→44.0%), 강서구(52.6%→38.4%), 동대문구(54.6%→27.3%) 등 금천·노원·도봉구를 포함한 외곽 지역 전반에서 9억원 이하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이 확인된다.
거래 통계에서도 중저가 쏠림은 뚜렷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예고된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의 81.6%가 15억원 이하였다. 직전 3개월(78.2%)보다 3.4%p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0.7%에서 23.6%로, 6억~9억원 거래는 26.3%에서 28.7%로 각각 늘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11억8834만원에서 10억9846만원으로 약 8000만원 낮아졌다. 서울경제가 인용한 직방 통계에서도 5월 수도권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중은 9.7%로 올해 처음 10% 밑으로 떨어진 반면, 대출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15억원 이하 가격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 비중이 오히려 늘었다. 영등포·동작·동대문·강서구 등은 신고가 거래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20%p 안팎 증가했다.
면적별로도 중저가권 쏠림 흐름이 읽힌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로 올 1월 5일부터 6월 22일까지 규모별 상승률을 보면 전용 40~60㎡ 이하가 6.5%로 가장 많이 올랐고, 60~85㎡ 이하가 4.6%로 뒤를 이었다. 대출 한도에 맞춰 면적을 줄이거나 가격대를 낮추려는 수요가 소형 평형으로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진 점도 가격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은 15억원 이하 주택으로 수요를 더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중저가 쏠림의 배경에는 대출 가능 여부에 따른 가격대별 수요 분화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억원 이하에 수요가 몰리며 해당 가격대 아파트값이 단계적으로 오른 것은 대출규제를 비롯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최근 들어 중저가 외곽지역 거래량도 함께 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구간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출 차등화와 전월세 매물 부족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인 만큼 단기간에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과거 급등기에 중저가 아파트가 자취를 감췄다가 2023~2024년 하락기에 다시 늘었던 패턴이 최근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저가 아파트값이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