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기흥·구리 '3중 규제' 칼날…뜨거운 실수요·현금 앞에 약발 먹힐까

경기 화성 동안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 등 3개 지역이 7월부터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꺼번에 묶이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이들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했고, 효력은 오늘(1일)부터 발생한다. 경기도 역시 같은 날 시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기로 했으며, 7월 5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약 1년 6개월간 적용된다. 이번에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은 기흥구 81.64㎢, 동탄구 55.52㎢, 구리시 33.34㎢ 등 총 170.5㎢에 이른다.

동탄·기흥·구리 '3중 규제' 칼날…뜨거운 실수요·현금 앞에 약발 먹힐까
ⓒ 동탄 아파트 전경

지정 배경에는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자리하고 있다. 동탄구의 월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올 2월 0.78%에서 매달 상승 폭이 커지더니 지난달에는 1.5%대를 넘어섰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11.38%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기흥구는 지난 4월과 5월 각각 0.85%, 0.95% 올랐고, 구리시는 2월 1.77%까지 치솟은 뒤 지난달 1.15%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최근 3개월 물가상승률 대비 집값 상승률이 1.3배 이상이라는 정량 기준을 충족한 데다, 거래량과 청약 경쟁률, 갭투자 비율, 외지인 거래 비중, 자금조달계획서상 차입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지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단기간에 몰린 자금 규모를 보면 과열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동탄, 수지, 기흥 일대 주택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7조7000억원에 달했다. 동탄구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액은 3조2396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전체의 80%를 넘어섰고, 기흥구도 같은 기간 1조5487억원이 몰려 작년 전체의 84%에 이르렀다. 임대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방식으로 올해 동탄과 기흥에 투입된 자금만 5710억원에 달했고, 증시 활황 속에 주식과 채권을 처분해 부동산으로 옮겨간 자금도 3281억원으로 집계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주택 매입 시 차입 비중은 30%를 웃돌았고, 일부 지역은 40%를 넘기도 했다.

두 지역의 과열 원인은 같은 듯 다르다. 동탄구와 기흥구는 반도체 산업 호재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 효과가 맞물리며 가격이 뛴 경우다. 반도체벨트 인접 지역이라는 특성상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몰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동탄 집합건물 매수자 10명 중 4명이 30대였고, 생애 첫 집 매수자 중 30대 비중도 올 들어 6개월 연속 50~60%대를 유지했다. 대기업 임직원들이 육아와 정주 여건을 고려해 동탄 청계동 일대로 모여들면서 '셔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22억원을 넘기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호수공원 인근 단지들도 잇달아 10억원대를 돌파했다.

반면 구리시는 서울 인접 역세권이라는 입지 이점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서울 전월세난에 밀린 실수요와 비규제지역을 노린 갭투자 수요가 겹치면서 서울발 원정 매입이 급증한 것이다. 올해 1~5월 구리시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중 서울 거주자는 987명으로 전년 동기 305명 대비 3.2배 늘었고, 전체 매수인 가운데 비중도 18.9%에서 33%로 뛰었다. 반대로 동탄구와 기흥구는 경기도 거주 매수자가 각각 86.9%, 83.8%로 압도적이어서 지역별 수요 성격이 뚜렷하게 갈렸다.

규제지역 지정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대폭 강화된다.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제한되고 주담대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묶이며, 유주택자의 주담대는 사실상 차단된다. 청약 재당첨 제한(7~10년)과 분양권 전매 제한(1~3년)도 적용되고 다주택자는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허가 대상을 건축법 시행령상 5개 층 이상 공동주택, 즉 아파트로 한정했다. 해당 지역에서 주거지역 기준 6㎡를 넘는 아파트를 사고팔려면 계약 전 관할 시장·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내·외국인 모두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전세를 낀 갭투자는 불가능해진다. 다만 지난 5월 발표된 실거주 유예 방안에 따라 연말까지 무주택자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수하면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 허가 없이 계약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에도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반도체 성과급 등 현금성 자산을 활용한 매수까지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국토부 역시 대출을 활용한 가수요는 차단할 수 있지만 자산을 활용한 매수까지 막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 기대감과 GTX-A, 용인플랫폼시티 등 중장기 개발 호재가 살아 있는 데다 구리는 서울 접근성이라는 강점을 유지하고 있어, 실수요 기반이 탄탄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가격 하방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월세 매물 부족 상황이 이어지는 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실수요자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규제 영향권에서 벗어난 남양주 다산·별내신도시, 수원 권선구, 화성 병점구 등이 차기 수요 이동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아직 과열이 나타나지 않은 지역까지 선제적으로 규제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량 지정 기준에 미달한 지역까지 미리 묶을 경우 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는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추가 조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규제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은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5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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