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선점 경쟁' 심화…입주 4개월 전 조기계약 1년 새 3배 급증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입주 시점보다 넉 달 이상 앞서 계약을 맺는 이른바 '조기 전세계약'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와 보증금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는 시점을 갈수록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서울 전세 '선점 경쟁' 심화…입주 4개월 전 조기계약 1년 새 3배 급증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서 체결된 신규 아파트 전세계약 3283건 가운데 297건이 입주 개시일보다 4개월 이상 앞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9.05%로, 지난해 같은 달 3.29%에 비해 약 2.8배로 높아진 수치다. 올해 1월 2.42%에서 출발해 3월 5.23%, 5월 8.57%로 단계적으로 오르더니 6월 들어 9% 선을 넘어섰다.

통상 전세계약은 입주 한두 달 전, 길어도 석 달 안팎을 두고 이뤄지는 것이 관례다. 매물이 나오기도 전에 수요자가 계약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넉 달 이상 앞선 계약이 10건 중 1건에 가까워진 것은 전세 물건을 둘러싼 선점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8475가구로, 올해 3만2703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로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존에 전세로 공급될 수 있던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셋값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한 달 새 1.37% 올라 201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사 비수기인 6월에도 전세 수요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두 건 중 한 건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갱신 계약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 갱신 비중 40.4%보다 약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기존 계약을 이어가는 '눌러앉기' 현상이 확산되면서 신규 물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조기 계약은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낮은 외곽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금천구는 6월 조기계약 비중이 21.28%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금천구의 경우 올해 들어 전세 매물이 약 60% 이상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관악구가 15.56%로 뒤를 이었고 양천구 14.04%, 강동구 11.56%, 구로구 11.02% 순이었다. 중랑구, 노원구, 도봉구 등 강북 외곽 지역에서도 전세 매물이 1년 전 대비 60~70%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중저가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 세입자들은 월세 전환이나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측 병목이 구조적으로 형성된 만큼, 신규 인허가와 착공이 당장 늘어나더라도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3~5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전세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주 인기 글

NEWS

댓글 쓰기

💬 욕설 및 비방, 홍보성 댓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