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수도권에서 전셋값 오름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5.11%)과 사실상 같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서울을 피해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던 임차 수요도 더 이상 안전지대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급 불균형이 전셋값 급등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23건으로 1년 전(2만4910건)보다 17.7% 감소했다. 경기는 같은 기간 2만4440건에서 1만2324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서울보다 훨씬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갭투자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임대용 주택 공급까지 위축된 상황이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다섯째 주(지난달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내에서는 성북구 누적 상승률이 8.21%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0.1% 수준과 비교하면 82배 급등한 수치다. 길음·정릉 일대 대단지 위주로 가격이 뛴 성북구에 이어 노원구(7.47%), 성동구(7.36%) 등도 높은 누적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 경기 인접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접경에 위치한 광명은 올해 누적 전셋값 상승률이 8.11%에 달하며 경기 지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 배후 주거지로 실수요가 탄탄한 화성 동탄도 8.03%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안양 동안(6.73%), 수원 영통(6.82%), 용인 기흥(6.21%), 하남(6.11%) 등도 누적 상승률 6%를 웃돌며 경기 남부권 전반으로 오름세가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상승 요인이 다소 다르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광명의 경우 서울 수요 유입이, 동탄·기흥 같은 경기 남부는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실수요 증가가 전셋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서울과 수도권은 입주 물량 부족에 갭투자 규제로 인한 임대차 공급 제한까지 겹쳐 있어, 내년까지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전세난이 매매 시장으로도 파급되는 흐름이 관찰된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과 사실상 동률을 이루면서, 임차를 포기하고 매수로 선회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 등 정책대출이 가능한 외곽 6억원대 아파트로 실수요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지에서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점도 향후 수년간 대규모 이주 수요를 예고하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 변화 여부가 전세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탄·기흥·구리가 지난 1일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며 규제가 강화된 만큼 이 지역의 상승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으나, 수요가 인근 비규제 지역으로 빠져나갈 경우 오름세의 풍선 효과가 또 다른 지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