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마른 아파트 전월세…세입자 발길, 빌라로 향한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전세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아파트를 떠나 빌라 등 비아파트로 향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4년 32만가구에서 지난해 23만8000가구, 올해는 17만5000가구로 매년 줄었다. 서울만 놓고 봐도 2024년 2만4000가구, 지난해 3만2000가구에서 올해는 1만9000가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새 아파트가 줄면 그만큼 전월세로 나오는 물량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는 모습
ⓒ이투데이

여기에 지난해 10·15대책 이후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를 지우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으로 넓어지면서 신규 전세 물건이 한층 더 줄었다. 5월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물도 토허구역 안에서는 실거주가 가능한 무주택자 위주로 팔리다 보니, 집이 손바뀜할 때마다 전월세로 나올 매물이 그만큼 사라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집계로는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3만7551건으로, 2년 전(4만3917건)보다 14.5% 적다.

6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주택통계를 보면 이런 구조적 요인은 실제 거래량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1~5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123만6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9만9105건)보다 2.6% 늘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유형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52만8858건으로 7.2% 줄어든 반면, 연립·다세대·단독 등 비아파트 전월세는 62만9107건에서 70만1756건으로 11.5% 증가했다. 국토부 주택통계의 전월세 거래량은 계약일이 아닌 신고일 기준 물량에 법원 확정일자 신고 물량을 더한 수치다.

지역별로 봐도 흐름은 같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는 12만8051건에서 11만9722건으로 6.5%, 수도권 전체는 35만448건에서 32만5641건으로 7.1% 감소했다. 반면 서울 비아파트 전월세는 24만4369건에서 25만9853건으로 6.3%, 수도권은 44만2024건에서 47만8908건으로 8.3% 늘었다. 절대량은 적어도 증감 폭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지방이다. 지방 아파트 전월세는 21만9550건에서 20만3217건으로 7.4% 줄었지만, 비아파트는 18만7083건에서 22만2848건으로 19.1% 뛰었다.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도 세입자를 밀어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보증금은 6억5875만원으로 2년 전(5억5377만원)보다 19.1%, 지난해(6억1329만원)보다도 7.4% 올랐다. 같은 기간 새로 맺은 월세 계약의 평균 월세도 2년 전 109만6000원에서 올해 137만3000원으로 25% 뛰었다. 반면 연립·다세대 신규 전세 평균 보증금은 2024년 2억2800만원에서 올해 2억3764만원으로 오름폭이 크지 않았다. 시중은행이 전세자금대출 문턱을 높인 데다, 10·15대책으로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자금줄까지 막힌 점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보증금 상승은 전월세 계약 구조 자체도 바꿔놓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1.3%로 조사 이래 처음 50%를 넘어섰고, 전년 동기(44.0%)보다 7.3%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비아파트 월세 비중도 74.0%에서 78.4%로 올랐다. 보증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는 세입자들이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고 있다는 뜻으로, 서울 아파트 갱신계약 비중도 40.5%에서 46.0%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두고 임차 수요가 아파트에서 비아파트로, 도심에서 외곽으로 옮겨가는 '공간적 전이'가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반기 정부가 전세대출 보증 축소나 DSR 확대 등으로 대출 문턱을 더 높일 경우, 자발적 선택이 아닌 비자발적 탈(脫) 아파트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며, 그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하며 전세대출 축소 방침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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