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사이에 수도권 주택 신규 공급 확대를 위한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시와의 협의가 원활하게 마무리될 경우 3만∼4만 가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도권 신규 공급 물량이 총 10만 가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8월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는 수도권에 23만 가구+α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이 중 신규 공공주택지구는 10만 가구+α 규모로, 서울 강서구와 경기 남양주·광주에서 우선 2만7000가구 입지가 공개됐다. 나머지 7만3000가구+α는 연내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확보하려는 3만∼4만 가구는 이 물량과는 별도로 공급 여력을 추가로 확대하는 카드로 작용한다.
서울 내 구체적인 공급 후보지를 두고는 양측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민감한 쟁점은 용산공원이다. 김 장관은 병원, 옛 미군학교, 방위사업청 부지, 장교숙소 등 이미 개발되거나 훼손된 일부 구역을 청년 주택 공급 후보로 언급하며, 이를 중심으로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공원 전체를 주택 부지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지에 한정해 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지난 14일에도 공원 전체를 개발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서울시가 대안으로 내놓은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일대도 검토 테이블에 올랐다. 서울시는 탄천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세택(SETEC) 일대를 함께 개발하면 1만∼1만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장관도 서울시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뒤 관련 자료를 요청해 타당성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물재생센터 이전 후보지를 확보하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전 결정 자체보다 실제 이전지를 정하는 과정이 더 큰 난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혐오시설 이전 과정에서 지역 반발이 심각했던 사례를 들며, 탄천물재생센터 역시 같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 센터 부지에 주택이 들어설 경우에는 고급 아파트보다는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주택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놨다.
주택 유형 확대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김 장관은 기존 공공임대보다 범위를 넓혀 중산층도 거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주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를 우선 대상으로 검토하되 구체적인 임대료와 소득 요건은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열린 두 번째 국토부·서울시 장관급 회동에서도 용산공원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대신 탄천물재생센터, 그린벨트 활용,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다른 공급 방안을 중심으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회동 이후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오세훈 시장은 재개발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 경우 재개발 순증 물량이 약 4만3000가구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반면 국토부는 용적률 완화의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또 국토부가 그린벨트 활용을 강조하자, 용산공원 주택 공급 계획의 철회가 선결 조건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은 다음 주 추가 회동을 갖고 용산공원, 탄천물재생센터, 그린벨트,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현안을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 내 공급 목표를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어느 지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수도권 전체 공급 계획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