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거주·비거주 이분법' 흔들리나…당정, 1주택자 과세 기준 재논의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강화하는 정부안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가 핵심 조율의 무대가 됐다.

세제개편안 '거주·비거주 이분법' 흔들리나…당정, 1주택자 과세 기준 재논의
ⓒ 연합뉴스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동시에, 비거주 1주택자에게는 오히려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춰 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또한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기존 150%에서 200%로 끌어올리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거주자 중심으로 재편해 비거주자의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설계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발표 직후부터 이견이 제기돼 왔다. 당내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비거주 1주택자를 사실상 '투기 세력'으로 분류하는 과세 설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전월세 매물 잠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불거졌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는 이 논의를 공식 테이블 위로 올린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는 한성숙 국무총리, 김민석 민주당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김민석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와 대통령의 부동산 공급 확대 기조와 세제 개편 방향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예외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선 현실의 다양한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사각지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김 대표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해 비거주자의 세 부담이 제도 변경 없이도 자연 증가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여기에 기본공제 추가 축소와 세 부담 상한 확대까지 겹치면 실질적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깊이 있는 숙의"를 요청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분들에 대한 거주 인정 확대 등 다양하게 제기되는 의견에 대해 당정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1주택자에 한해 거주와 비거주 구분 자체를 두지 말자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의 '거주 중심-주택가액 단일화'라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의 미세 조정에는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취학, 전근, 부모 봉양 등 현재 구체화된 '부득이한 비거주' 인정 기준을 더 폭넓게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다뤄진 주요 안건은 2026년 세제 개편안 외에도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 중점 법안 추진 방안 등이었으며, 수도권 공급 확대 기조에서는 당정이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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