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부담 25%만 내고 입주…지분적립형 공공분양, 청년 '내 집 마련' 해법 될까

집값이 치솟는 가운데 정부가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지분적립형' 공공분양을 도입한다. 6억3000만원짜리 아파트도 초기 1억5750만원의 지분만 취득한 뒤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올해 4분기 분양 물량부터 일부 단지에 적용된다.

초기 부담 25%만 내고 입주…지분적립형 공공분양, 청년 '내 집 마련' 해법 될까
ⓒ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8월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8·13 공급대책)'을 통해 공공분양 물량의 약 15%를 지분적립형 또는 수익공유형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급 물량 확대뿐만 아니라 정책 발표와 실제 공급 사이의 시차를 줄이고 민간 공급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대상 단지와 물량, 소득·자산 요건 등 세부 시행 방안은 오는 10월 발표될 예정이다.

지분적립형은 주택 전체를 한꺼번에 구입하는 대신 일부 지분만 먼저 취득해 입주한 뒤 나머지를 단계적으로 사들이는 구조다. 처음 분양가의 25%에 해당하는 지분을 취득하고, 이후 5년마다 20%씩 세 차례에 걸쳐 추가 취득한 다음 마지막 15%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20년 만에 주택 지분 100%를 확보한다. 수도권 규제지역의 전용면적 55㎡, 분양가 6억3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예로 들면, 일반 공공분양으로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기준 대출금 2억5200만원을 제외한 3억7800만원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해야 하지만, 지분적립형을 이용하면 초기 부담이 1억5750만원으로 줄어 당장 필요한 목돈이 2억2050만원가량 감소한다.

수익공유형도 함께 도입된다. LTV를 최대 70%까지 적용해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하되, 향후 주택을 처분할 때 발생하는 손익을 주택도시기금과 나누는 방식이다. 정부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신설, 20년 이상 장기 운영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 모델, 청년 보편형 전세임대 등도 함께 추진해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선택지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제도의 취지는 명확하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2030세대가 집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초기 자금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은 있지만 수억 원의 목돈을 한꺼번에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층에게 지분 일부만으로 먼저 입주하고 이후 소득 증가에 맞춰 지분을 늘려가는 방식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전매제한 10년과 거주의무 5년 등 실거주 요건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청약자 입장에서는 초기 부담뿐 아니라 향후 지분 취득 조건과 가격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반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입주자가 처음 25%의 지분만 취득하면 나머지 75%는 공공이 최대 20년간 보유해야 하는 구조로, 재원 부담이 상당하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 제도가 기존 공공임대주택 정책과 중복된다고 비판하며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정된 공공분양 물량 안에서 지분적립형 당첨 가구와 그렇지 못한 무주택자 사이의 혜택 격차가 벌어진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복잡한 지분 공유 방식보다 금융 지원을 직접 확대하는 편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각종 대출 규제를 유지한 채 우회적인 지분 공유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규제 위에 또 다른 규제를 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장 유동성을 활용해 직접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 훨씬 명확하고 실효성이 높다는 논리다.

시장에서는 이 제도의 성패가 초기 부담을 낮추는 것 이상으로 향후 지분 취득 조건, 공공의 재원 조달 방식, 공급 규모 등의 설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오는 10월 세부 방안이 공개되면 제도의 실효성과 청년층의 실질 부담 수준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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