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 농도가 토양오염 우려기준의 최대 40배에 달하는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을 짓겠다는 정부 구상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다른 반환 미군기지의 정화 사례를 보면 현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착공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미군 측으로부터 부지 전체가 양도돼야 정화가 가능한데 아직 양도되지 않아 현 정부 내에 착공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밝히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용산공원 부지의 토양오염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발표한 반환미군기지 토양오염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 부지에서는 비소·석유계총탄화수소(TPH)·벤젠·크실렌·수은·다이옥신 등이 검출됐으며, 비소는 일부 지점에서 기준치의 최대 40배를 웃돌았다. 현재 시민에게 개방된 어린이정원(약 30만㎡) 부지에서도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TPH와 수은·비소·아연 등이 확인됐으나, 15cm 이상의 흙을 덮어 임시 개방한 상태다. 2022년 기준 반환된 용산 부지는 약 63만㎡에 달해 기존 반환기지와 비교해도 규모가 크고 오염 양상도 복잡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 공급 카드로 꺼내 든 것이 '선 정화, 후 협상' 방식이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정책 회의에서는 개발 계획 확정 이전에 시간이 걸리는 정화 절차부터 먼저 착수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 확보가 사실상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정부는 도심 핵심 국유지인 용산공원을 통해 공급 물량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다른 반환 미군기지의 정화 이력을 살펴보면 이 구상이 현 정부 임기 내에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환 미군기지의 토양정화는 통상 오염 확인과 정밀조사, 오염 면적·물량 산정, 실시설계 및 공법 결정, 예산 확보·발주, 정화, 검증 등 여러 단계를 차례로 거쳐야 한다. 오염 규모가 클 경우에는 부지 내 전용 정화시설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작업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부평구 캠프 마켓이다. A구역과 B구역을 합쳐 약 21만㎡ 규모인 이 부지에서 미군 군수품 재활용처리장이었던 A구역은 2019년 6월 정화를 시작해 2024년 6월에야 작업을 마쳤다. 5년이 걸린 것이다. 2023년 12월 반환된 D구역(25만㎡)은 지난해 5월 정밀조사를 마치고 정화에 착수해 내년 11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A구역부터 D구역을 합산하면 총 8년가량의 시간이 투입되는 셈이다. 오세훈 시장도 "캠프킴도 5년째 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화가 한 번에 완료되지 않고 반복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춘천 캠프 페이지(54만4127㎡)는 2012년까지 1차 정화를 진행했지만 이후 추가 오염이 발견돼 재검증과 재정화에 4년가량이 더 투입됐다. 원주 캠프 롱(33만4897㎡)은 2019년 12월 반환된 뒤 오염토양 정화와 시설물 철거가 2024년 2월에야 마무리됐다. 부산 캠프 하야리아(54만3360㎡)도 2010년 4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약 2년 4개월간 정화했으나 오염토 논란으로 2013년과 2021년 두 차례 추가 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이를 종합하면 관련 기관은 용산공원 본체 부지를 착공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정화 작업에 최소 4~5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주 목적으로 쓰일 주택지라는 점도 정화 기준을 더 높이는 요인이다. KIDA 보고서는 정부가 용산공원 이용객의 위해성을 평가할 때 주 3회, 1회당 2시간 체류를 전제로 한 미국 환경청의 기준을 적용했다고 분석했다. 잠깐 방문하는 공원 이용과 달리, 사람이 수년간 생활하고 거주하는 주택은 훨씬 엄격한 검증 기준이 요구될 수밖에 없어 착공까지 여러 차례의 검증 절차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토양정화가 공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입법예고한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공공주택과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의 경우 착공 전에도 오염토를 외부로 반출해 정화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조항을 담았다. 그러나 부지 규모와 오염토 물량에 따라 외부 반출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곳도 많아, 이 특례가 용산에 얼마나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