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KB부동산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458만원으로 전월 6억9619만원보다 1.2% 상승했다. 중위 가격도 6억2667만원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이번 수치는 단순한 신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이달 105.9를 기록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 기록은 임대차 3법 후폭풍이 절정에 달했던 2022년 7월의 104.8이었다. 아파트에 국한하지 않고 단독·연립 등 서울 주택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이달 서울 주택전세가격 종합지수는 103.7로, 역대 최고였던 2022년 7월의 102.9를 뛰어넘었다. 주택 유형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당시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개별 단지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파크리오 59㎡는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며 2021년 3월에 세운 전고점 10억8000만원을 5년 3개월 만에 경신했다.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84㎡도 같은 달 11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면서 2021년 12월 기록인 11억원을 넘어섰다.
지역별 상승세를 보면, 외곽 중저가 지역이 이번 전셋값 급등을 이끈 것으로 나타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6월부터 이달까지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을 보면, 강동구(16.3%)·성북구(14.06%)·송파구(13.85%)·강북구(13.37%)·노원구(13.08%) 순으로 높았다. 이달 한 달만 놓고 봐도 강동구(2.45%)·성북구(2.37%)·중랑구(2.25%)·금천구(2.19%)·강북구(2.14%) 등 비강남권 외곽 지역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강북 14개 구의 지난해 말 대비 전셋값 상승률(7.43%)이 강남 11개 구(4.87%)를 앞질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의 전셋값 오름세는 다른 지역을 크게 앞선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9.31%로 경기 평균(6.11%)을 3%포인트 이상 웃돌고, 전국 평균(4.35%)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일상화되면서,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천 가구 규모의 대단지에서도 전세 물건이 거의 없어 나오는 즉시 소화되는 상황이 오래됐다고 전했다.
배경으로는 연이은 규제 정책이 임대 공급을 옥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고,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실거주 의무가 강화됐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다주택자 압박 정책은 민간 임대 공급을 위축시켜 공급 감소 압력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주택·임대사업 압박이 전·월세 부족을 부른다는 주장을 '기적의 논리'라고 반박했으나, 실제 전세 시장의 흐름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시장까지 압박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3.98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전세 비용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전월세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이달 KB부동산 서울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36.1로, 지난 4월 이후 넉 달 연속 130을 웃돌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향후 3개월 내 전셋값 상승을 예상하는 중개업소가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도 127로 2021년 9월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1가구 1주택 중심 정책이 민간 임대 공급을 억제하고 있다며,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식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