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갭투자 수요를 차단하는 강도 높은 전세대출 규제를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면서도,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 대해선 맞춤형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국토교통부와 함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투기성 대출 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세부 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실거주 없이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채 세입자의 임차보증금을 주택 매입자금으로 활용해온 이른바 '갭투자' 방식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과도한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수차례 지목해온 문제의식이 이번 정책에 반영됐다. 지난 3일 발표된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이은 공급·금융 분야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현재 다주택자와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내 3억원 초과 아파트 보유자에게만 적용되던 공적 전세대출 보증 제한이 내년 1월부터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된다. 적용 대상은 부부합산 기준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해당 주택을 임대 중이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그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는 경우다. 다만 직계존비속에게 임대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은행 전세대출은 보증서를 담보로 취급되는 구조이므로, 보증이 제한되면 사실상 대출 자체가 막히는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통상 2년 단위로 운용되는 전세대출 특성상,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제한에 따른 파급력이 신규 대출 차단보다 클 것이라는 금융권의 분석도 나온다.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함께 축소된다. 현행 수도권·규제지역 80%, 그 외 지역 90%이던 보증비율이 내년부터 1주택자에 한해 각각 70%와 80%로 낮아진다. 무주택자는 현행 비율이 그대로 유지돼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했다.
대출 심사 기준도 한층 촘촘해진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소득산정 시 일시적 소득 증가 처리 방식이 변경된다. 성과급 같은 일시 소득을 지금까지는 상시소득으로 인정해왔지만,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최근 1년치 소득만 반영한다. 소득상승률이 20%를 초과하면 2개년 평균소득으로, 30%를 초과하면 3개년 평균소득으로 산정해 고소득 구간의 과대 대출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 자본규제도 고가주택·고LTV, 고액·고DSR 대출 항목까지 위험가중치 상향 적용 범위를 넓혀 은행의 가계대출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 적립 요건을 강화한다.
규제 강화와 함께 청년 등 실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책도 새로 도입된다.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 출시된다. 4억원 이하 비(非)아파트(85㎡ 이하)에 적용되며, 연 3조원 규모로 운용될 예정이다. 2억원을 30년 만기로 우대금리 연 3.0%에 빌릴 경우 월 상환액이 현재 비아파트 평균 월세인 약 80만원 수준에 맞춰진다. 또 현행 주택법상 주택으로만 한정된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이 올 하반기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을 통해 오피스텔 등 준주택으로도 확대된다.
청년 특례 전세대출보증 지원 대상도 기존 만 34세 이하에서 만 39세 이하로 확대된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은 금융권 대출 총량관리 목표에서 별도로 분리해 관리한다. 지난달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대출이 막혀 잔금을 치를 수 없다는 호소가 나오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점검을 지시한 사안이 이번 대책에 반영된 것이다.
오는 10월부터는 보금자리론의 '결혼 페널티' 문제도 개선된다. 현행 소득요건은 미혼 1인 기준 연 7000만원 이하, 신혼부부(혼인신고 후 7년 이내)는 부부합산 연 8500만원 이하로 적용됐다. 개편 후에는 부부합산 연 8500만원 이하이거나 부부 중 1인의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경우 모두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게 돼, 결혼으로 인해 대출 이용이 제한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해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