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도 풍선효과 도미노…강남 밀린 세입자, 성동·마포까지 밀어올리나

올 하반기 서울 임대차 시장이 이중 충격에 노출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2020년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2+2년' 전세 계약이 대거 만기를 맞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전세도 풍선효과 도미노…강남 밀린 세입자, 성동·마포까지 밀어올리나
ⓒ 머니투데이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매물은 현재 3만 8157건으로 올해 초(4만 4424건)보다 14.1% 감소했다. 신규 전세와 재계약 간 보증금 격차도 확대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서울 전용 84㎡ 신규 전세 보증금 중간값은 7억 원으로 재계약(6억 2000만 원)보다 8000만 원 높았다. 불과 반년 전인 1월에는 이 격차가 4375만 원에 불과했다. 공급은 줄고 가격은 뛰는 흐름이 동시에 진행 중인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2024년 7~1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 계약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건수는 1만 347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계약이 이달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4년 계약 기간을 마친다고 가정하면, 새로 주거지를 구해야 하는 임대차 수요가 1만 건 이상 시장에 유입된다. 이 물량이 집중된 지역은 세제개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강남권이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1019건으로 가장 많고, 강남구 935건, 서초구 587건으로 강남 3구 합산만 2551건에 달한다. 서울 전체의 24.7%에 해당하는 수치다.

통상 임대차 만기가 다가와도 집주인이 실거주를 선택하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 중개업계에서는 9~10월 만기 물건 가운데 실거주 전환을 택하는 집주인 비율이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는 전언이 나온다. 9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국민평형(전용 84㎡) 전세 매물이 단 1건에 불과하다는 현장 목소리도 들린다. 목동, 과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실거주 전환 상담이 크게 늘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세제개편안이 임대차 시장에 선반영되는 이유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거절 시한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임대인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실거주 등을 이유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오는 11월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라면 늦어도 9월에는 거주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세제 적용은 2027년 이후지만, 임대차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선택하면 계약갱신청구권도 무력화된다. 집주인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들면 세입자는 갱신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2+2년' 만기 물량에 갱신권이 막힌 세입자까지 전월세 시장에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2년 전 체결된 신규·갱신 계약 합산 기준으로, 이달부터 연말까지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잠재적 임대차 물량은 총 9만 4296건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앞으로의 만기 물량은 더 크다. 2027년에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갱신권 사용 물량은 4만 9078건이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택할 경우 잠재적으로 이사 가능성에 놓인 전체 만기 물량은 24만 5574건에 달한다. 전세 매물 감소가 보증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실거주 전환까지 겹치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강남권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성동·마포·양천·동작 등으로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의 전월세 수요가 연쇄적으로 밀려 올라가는 '풍선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주인 실거주에만 혜택이 집중되면 임대 물량은 줄고 세입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임대차 시장에 미칠 여파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계적 시행을 통해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세제개편 시행 기간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려 임대차 시장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신규 공급에는 시간이 필요한 반면 임대차 계약 만기는 이미 올가을부터 쏟아지고 있어,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세제개편안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는 공사기간의 50%를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보완책이 마련됐지만, 공공주택사업이나 리모델링 사업은 그 대상에서 빠져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공익사업으로 불가피하게 주거를 이전해야 하는 주민들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사업 협조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단지 주민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제출한 상태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역시 같은 수준의 거주기간 인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4250여 건,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2140여 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공공주택사업에도 최소한 민간 정비사업과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적용하고, 종전 주택 거주기간과 불가피한 이주 기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번 주 인기 글

NEWS

댓글 쓰기

💬 욕설 및 비방, 홍보성 댓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