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하락, 고용 한파, 부동산 세제 갈등까지—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이형일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앞에 쌓인 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66%로 전망해 작년보다 0.19%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고, 청년 취업자는 45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세제개편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수정 요구도 거세다.
표면적인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이 3.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5년 만의 최고치다.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 흐름이 전체 성적표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숫자 이면의 구조는 심상치 않다. 반도체 호황 뒤에 가려진 다른 산업들의 부진이 깊어지는 이른바 'K자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정책적 배려가 반도체 외 산업까지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자가 주도적으로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3·4·5 경제 대도약' 구상—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은 지금의 성장세를 구조적 반등으로 이어붙이겠다는 중장기 청사진이다. 이 후보자는 지명 소감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등을 통해 새로운 투자·성장 기회를 창출해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 등 새로운 재정 운용 체계를 구체화하고, 경기 회복 과정에서 확보되는 재원을 성장 잠재력 확충과 국민 체감형 정책에 어떻게 배분할지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민생 전선에서는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불안하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소비자물가는 최근 3개월 연속 3%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고,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등으로 억제에 나서고 있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도 기대에 못 미친다. 올해 1~7월 취업자는 1년 전 대비 월평균 10만8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목표치 15만 명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15~29세 청년 취업자가 45개월째 줄어드는 추세는 단순한 경기 문제를 넘어 구조적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재편에 맞춰 구직자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고용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정밀한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장 첨예한 현안은 부동산이다. 정부는 앞서 초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는 한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10억 원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찬반이 엇갈리면서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수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개각 발표 직후 "투기를 부추기는 불공정한 조세제도를 조세 정의 차원에서 반드시 시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국무회의와 국회 심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 잡힌 조율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것도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로서 챙겨야 할 부분이다. 국토부와의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재개발·인허가 과정의 병목을 해소하고 공급 대책에 실질적인 탄력을 붙이는 역할이 요구된다. 세제개편 논의가 조정 국면으로 넘어간 만큼 각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주택 공급 정책도 함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재정경제부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거시경제 전문가로, 정권과 관계없이 능력을 인정받아온 경제 관료로 평가된다. 기재부 재직 시절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선정돼 이른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력도 있다. 재정 운용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 체감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당면한 과제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