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전세가격 종합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한층 가중시킬 것이라는 시장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보유세 강화가 임대 공급 위축과 임차인 부담 전가라는 구조적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부동산세제의 시장 영향력과 향후 정책방향 연구'는 이미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한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개 광역지자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이후 2년 이내에 전셋값이 상승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보유세 부담 증가에 따른 임대료 전가"로 해석했다. 과거 데이터가 현재의 우려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셈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 가액 및 실거주 여부' 기준으로 전환한 것이다. 실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된 반면, 비거주자는 9억 원으로 축소됐다. 종부세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상향됐다. 정부는 이를 '세제 정상화'로 규정하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임대 목적 다주택자에 대한 증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임대인의 행동 방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거주와 장기거주를 우대하는 정책 기조가 강화될수록, 임대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려는 유인도 커진다. 늘어난 보유세를 전월세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정책의 표적이 다주택자 임대인이더라도, 정작 피해는 무주택 세입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임대차 시장에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도 걱정거리다. 임대인이 절세 목적의 귀소나 보유세 분산을 위해 전세를 월세로 바꿀 경우, 전세 매물 감소→전세가 재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대인 입장에선 세 부담이 늘어나도 전월세 수익을 통해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집을 처분하기보다 계속 보유하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전세주택이 매물로 바뀌더라도 대부분의 세입자는 그 집을 매수하지 못한다"며 "이런 규제는 임대시장 매물 감소와 임대료 상승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공급 실적은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올해 목표치를 26만9000가구로 설정했다. 그러나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착공 실적은 6만5204가구에 그쳐 목표 대비 달성률이 24.2%에 불과했다. 서울만 따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연간 목표 6만8000가구 중 착공이 이뤄진 물량은 1만3121가구(19.3%)에 그쳤다. 목표를 채우려면 하반기에만 수도권에서 20만 가구 이상을 착공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 실적도 좋지 않다. 올 상반기 수도권 누계 인허가는 6만7946가구로, 전년 동기(7만3959가구)보다 8.1% 줄었다. 현장에서는 수도권 135만 가구 착공 계획 자체가 무리한 목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나 지역 주민 설득 없이 여론에 쫓겨 발표부터 앞세운 결과가 저조한 실적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증세와 공급 부진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 상황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본다. 규제가 공급을 압도하는 환경에서는 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급 신호를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나 다주택자 임대 허용을 통한 민간 공급 확대, 3기 신도시 사업 기간 단축 등을 병행하지 않으면 규제 강화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경고가 나온다.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어 구조적 전가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