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에서 '로또'로 통하던 수도권 규제지역의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 물량이 앞으로는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이 물량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8·13 부동산 대책에 포함시키면서다.
현재 규제지역 내 아파트 청약에서 계약 포기나 부적격 등으로 잔여 물량이 생기면 무주택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추첨해 공급한다. 최초 분양가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고, 향후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집중돼 왔다. 정부는 이처럼 극소수의 당첨자에게만 이익이 귀속되는 구조를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유형 신설을 핵심 내용으로 제시했다. 이번 방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고품질 임대아파트를 역세권 중심으로 공급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은 3기 신도시 역세권과 서울 도심 등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 3베이 구조와 고급 마감재를 적용해 민간 아파트에 준하는 품질로 공급된다.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은 무주택 청년층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는 무주택 일반 가구에 돌아간다. 기본 거주기간은 6년이지만 출산할 때마다 연장이 가능하며, 미성년 자녀 3명 이상인 경우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입주 기준과 임대료 등 세부 사항은 올해 3분기 중 별도로 발표될 예정이다.
수도권 규제지역의 줍줍 물량을 이 보편형 공공임대로 돌리기 위해 정부는 LH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연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5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발생한 전용면적 85㎡ 이하 잔여 물량은 연간 약 1600가구 수준이다. 수도권 전체 주택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절대적인 물량은 크지 않지만, 청약 경쟁에서 반복적으로 탈락해온 무주택자들에게 이 물량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개인 다주택자에 의존하는 임대차 시장은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며 "장기 민간임대를 위한 모델과 금융 제도가 구축되면 해외 자본도 스스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임대시장은 한층 선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잔여 물량을 LH 등이 매입하면 미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현행 규제지역 내 공공분양 분양가는 6억3000만원 수준으로, 주택담보대출(LTV 40%)을 받더라도 3억6000만원가량의 자기자금이 필요한데, 30대 평균 순자산이 2억5000만원에 그치는 현실에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러나 무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줍줍은 일반 청약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청약 가점이 낮은 30~40대 실수요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창구였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의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론도 있다. 소수 당첨자에게만 귀속되던 시세차익을 줄이는 동시에 해당 물량을 다수의 무주택자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전환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더 넓은 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줍줍의 기회는 좁아지지만, 대신 양질의 공공임대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8·13 대책에서 수도권 23만 가구+α의 추가 공급 계획도 제시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곳에 충분히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