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부족과 강화된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임대차 분쟁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계약 갱신·종료를 둘러싼 갈등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접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7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총 971건이다. 이 중 계약 갱신·종료와 관련된 분쟁은 131건으로, 지난해 동기(65건)보다 101.5% 증가했다. 불과 7개월치 수치만으로 지난해 연간 접수 건수인 122건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해당 분쟁 건수는 2022년 75건에서 2024년 104건, 지난해 122건으로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들어 증가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분쟁 급증의 배경에는 정부의 실거주 중심 주택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 6개월 이내 전입을 의무화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대출을 제한하는 등 갭투자를 차단했다. 올해 들어서는 다주택자 보유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도 원칙적으로 막으면서,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하기보다 매도하거나 직접 거주하려는 압력이 더욱 커졌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한 차례 행사할 수 있다. 단, 임대인이나 직계 가족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어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 퇴거 시점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고 있다.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어, 집주인이 정말 거주할 의사가 있는지를 두고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전세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기존 거주지에 계속 머무르려는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셋집 자체가 부족한 데다 가격은 오르고 대출도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이사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새 전셋집을 구하기보다 현 계약을 유지하려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2028년이다. 정부는 올해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하는 경우, 기존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되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직접 입주하도록 했다. 이 조치로 당장은 세입자의 계약 기간이 보장되지만, 유예 기한이 다가올수록 매수자의 갱신 거절과 퇴거 요구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여서 우려를 키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5년 4만 6000가구에서 2026년 4200가구, 2027년 1만 300가구, 2028년에는 3000가구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2028년을 전후로 퇴거 요구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세입자들이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전셋값이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를 내년까지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예 범위가 넓어질수록 전세 낀 주택 구입, 이른바 갭투자가 사실상 용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병행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