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를 250만 가구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내놨다. 수도권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이어지고 민심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공급 물량과 복지 지원을 동시에 묶은 종합 패키지 대책을 꺼낸 것이다.
국토교통부 김이탁 1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했다. 핵심은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 가구를 공급하고, 그 중 92만 가구를 주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배치하는 것이다. 계획이 예정대로 이행될 경우, 현재 193만1000가구 수준인 1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 재고는 250만 가구를 넘어서게 되며 전체 주택 대비 비율도 10%를 초과하게 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설 유형은 '보편형 공공임대'다. 총 19만 가구 규모로, 건설임대 17만5000가구와 매입임대 1만8000가구로 구성된다. 지난 8·13 대책에서 기존 공공임대보다 소득 기준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정책을 이번에 2030년까지의 중장기 계획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넓은 주거 면적과 고급 마감재를 적용해 중산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이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다만 입주 대상과 소득·자산 기준, 임대료 체계 등 구체적인 사항은 연내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공적주택 119만 가구의 구성을 보면 건설임대 35만 가구, 매입임대 31만 가구, 전세임대 23만 가구가 포함되며 공공지원민간임대와 공공분양도 함께 망라된다. 정부는 연평균 24만 가구씩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단기 대응 차원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 15만 가구, 수도권 10만 가구가 실제 입주 가능한 물량으로 별도 분류됐다. 이 중 건설임대 1만5000가구와 매입임대 4만5000가구가 포함되며, 신축을 통한 순공급은 공공분양·건설임대·신축매입 등을 합쳐 6만6000가구다.
생애주기별 배분도 구체화됐다. 미혼청년에게 24만3000가구, 신혼·양육가구에 32만8000가구, 고령자에게 5만4000가구가 배정된다. 청년월세 지원의 소득 기준은 현행 중위소득 60%(154만원 이하)에서 100%(274만원)로 상향되고, 지원 대상 연령도 완화된다. 신혼·양육가구에 대해서는 결혼에 따른 소득 기준 불이익을 줄이고자 기준선을 미혼청년의 2배로 설정하고 재계약 조건도 손질한다. 정책대출은 부부 중 1명이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이용할 수 있도록 요건이 완화되며, 청약 절차는 인공지능(AI) 기반 입주대기자 통합시스템을 도입해 간소화할 계획이다.
정부 출범 이래 주택 대책의 무게 중심이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에 쏠려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처럼 '주거복지'와 '주거안정'을 전면에 내세운 대책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국토부 업무보고에도 주거안정플랜 관련 내용은 없었으며, 지난달 24일 김 차관이 방송을 통해 '주거복지 로드맵 준비 중'이라고 밝힌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발표가 이뤄진 셈이다. 국회는 이날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재원 확보와 이행 속도가 이 계획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제시된 물량이 대규모인 데다 단기간에 집중돼 있어, 예산 여건에 따라 실제 공급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매입약정이나 전세임대처럼 재정과 직결된 방식은 변동성이 특히 클 수 있어 충분한 재정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보편형 공공임대의 경우 주택 품질에 걸맞은 임대료를 책정할 것인지, 낮은 임대료를 공공이 부담할 것인지 등 핵심 구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