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 절벽이 올 들어 가장 가파른 속도로 깊어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연속 인상,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결과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이 누적되면서 주택 매수자의 구매력이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집값은 높은데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이 이어지면서 주춤했던 거래 소강상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새올 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접수된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353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4월 1만165건까지 늘었다가 이후 꾸준히 감소해 7월에는 5438건을 기록했고, 8월에는 이보다 35% 더 줄어 연중 최저치를 다시 썼다.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8월에는 4000건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지역별 낙폭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 집중됐다. 4월 대비 8월 신청 건수 감소율을 보면 성동구가 78.8%로 가장 컸고, 강남구(-78.6%), 서초구(-77.9%), 송파구(-75.5%)가 뒤를 이었다. 강남3구 전체로는 4월 1607건에서 8월 368건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도봉구(-39.9%), 금천구(-38.5%) 등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다.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강남권은 매물이 빠르게 쌓이는 반면 매수세는 위축되면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대출 규제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장 중개업소에서는 "대출이 안 되는데 현금 30억~40억 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매도인들이 시세보다 2억~3억 원씩 내려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호소가 나온다. 갈아타기 수요도 연쇄적으로 막히고 있다. 강남권 매물이 나오더라도 기존 주택을 먼저 팔아야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인데,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연쇄 매매가 끊긴 상태다.
금리 인상 부담도 거래 냉각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2.50%에서 3.00%로 상승했다. 특히 15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아 금리 인상의 여파가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6억 원 한도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매수에 나서던 30대 수요층 중심으로 거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매물 적체도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달 3일 6만409건에서 9월 1일 기준 6만7382건으로 약 7000건(11.5%) 늘었다. 6~7월 거래 위축 속에서도 6만건 초반대를 유지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축소 방침을 철회하고 현행 12억 원 기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시장의 관망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도소득세 공제한도 10억 원 설정 등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기조 자체가 흔들리지 않은 상황에서, 세부 개편안이 국회 통과 절차를 아직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급매를 계획하던 매도자들도 수정안 내용을 지켜보며 다시 고민에 빠졌고,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아주 급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