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잡으려다 강북 불 지폈다…세제개편 한 달, 외곽 아파트 '매물 품귀'

고가 주택에 집중된 세금 부담을 키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절세를 위한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는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과 비강남권에서는 오히려 신고가 거래가 줄을 잇고 있다. 고가주택 수요를 누르면 중저가 지역이 튄다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 잡으려다 강북 불 지폈다…세제개편 한 달, 외곽 아파트 '매물 품귀'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는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0.29% 상승한 가운데, 중랑구(0.56%), 성북·강북구(0.55%), 도봉·노원구(0.54%), 서대문구(0.53%), 강서구(0.50%) 등 외곽 지역이 일제히 0.5% 이상 뛰었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직후인 8월 둘째 주부터 약 3주 연속 하락 전환하는 등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3일 6만409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달 말 기준 6만6808건으로 10.5% 늘었다. 강남구 매물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1만941건에 달했고, 서초구 8868건, 송파구 5848건이 뒤를 이었다. 이 세 곳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4%에 이른다.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매물 증가율은 마포구 15.8%, 성동구 14.3%, 동작구 13.0%로, 이른바 '한강벨트'로 불리는 중간 지역에서도 서울 평균을 웃도는 매물 증가세가 나타났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거주용 1주택 비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는 한편, 비거주 1주택자의 기준은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에서 70%로 상향되며,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세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40억~50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부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여서, 강남·서초 일대 절세 목적의 급매물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2차 아파트 전용면적 198㎡는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인 8월 8일 92억 원에 매물로 올라왔다가 최근 85억 원까지 호가가 낮아졌다. 5월 직전 거래가인 92억 원보다 7억 원 떨어진 금액이다. 압구정동 일대에서는 주요 대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직전 최고가보다 20억~30억 원 낮춘 급매물도 등장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도 최근 시세 대비 10억 원 이상 낮은 50억 원 초반대 매물이 나와 있다.

다만 세제개편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시장 관망세가 짙다. 매수자들도 세금 부담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여서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가 절세를 위해 일시적으로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핵심 지역의 공급 부족과 대기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이 6억 원 한도까지 가능해 실수요자 접근성이 높은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서는 거래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1단지 전용 41㎡는 7월 말 5억2000만 원에 팔렸다가 이달 8일 5억6000만 원, 14일 5억8000만 원으로 보름 새 6000만 원이 올랐다. 전세 매물 부족과 재건축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전세가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강북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2026년 8월 기준 63.8%로 8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노원·도봉구도 6~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저가 아파트 지역의 전월세 가격 동반 상승이라는 연쇄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강남 수요를 억누른 규제가 오히려 강북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을 원안대로 의결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정부안을 일단 국회로 보내는 것"이라며 "여론을 반영한 추가적인 수정 논의는 당에서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이 제출되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정부안의 9억 원보다 높은 14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안이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완 방안도 함께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개편안의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되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협의해 국회 입법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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