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고 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으로 사업 일정이 뒤로 밀리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이 정비사업 병목 해소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기관 역할의 전면 재편에 나섰다.
부동산원은 지난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주택공급지원본부'를 신설했다. 부동산 가격·거래 조사, 공시, 시장 관리 등 기존 업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택공급 정책의 현장 집행을 뒷받침하는 기관으로 위상을 바꾸겠다는 구상이 조직 개편에 반영됐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수도권 23만호 이상 추가 공급을 포함한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을 발표하고 범정부 차원의 공급 점검체계를 가동하면서, 부동산원도 시장 모니터링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공급 실행 지원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8일 전날 대구 본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회의 결과를 공개하며,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와 정책 수단을 마련한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장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에 신속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임직원들에게 현장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서울·수도권의 매매·전월세 시장 흐름과 공급 물량 변화를 점검하는 한편, 정비사업 지원 다각화 방안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인허가, 자금 조달, 분쟁 대응 등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500가구 미만 소규모 정비사업장에 대한 '핀셋 지원' 방안이 중점 검토됐다. 사업 규모가 작을수록 전문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만큼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사비 갈등 대응 역량도 강화한다. 부동산원은 착공 전후로 추진이 막힌 정비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 단계별 진행 상황과 지연 원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기존의 공사비 검증·분쟁 조정 기능과 연계해 사업 정상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조합·시공사 간 갈등 가능성을 사전에 포착해 분쟁으로 번지기 전에 조정하는 선제적 역할도 강화한다. 현장에서 확인된 제도적 걸림돌은 정부 정책 개선에 연결하는 피드백 체계도 구축한다.
부동산원이 향후 구축할 정책 지원 흐름은 '시장 데이터 분석→사업장별 공급 진행 상황 점검→지연 요인 파악→갈등·분쟁 조정→정부 제도 개선 지원'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구조다. 이 원장은 "정부가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