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폭등에 분담금 '수억'…재건축 사업성 회복 열쇠는 '용적률'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 분담금이 수억 원대로 불어나며 사업 추진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동반 상승한 여파로, '재건축을 해도 남는 게 없다'는 위기감이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공사비 폭등에 분담금 '수억'…재건축 사업성 회복 열쇠는 '용적률'
ⓒ 반포트리니원 재건축 단지

감정평가법인의 분석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 전용 61㎡를 보유한 조합원이 전용 84㎡ 신축을 배정받을 경우 예상 분담금은 약 5억 원에 달한다. 1971년 준공된 시범아파트는 현재 지하 6층~지상 59층, 21개동, 총 2491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추진 중이며, 예정 공사비는 3.3㎡당 1150만원 수준이다. 총 사업비만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상황은 다른 단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에서는 전용 31㎡ 소유주가 전용 84㎡를 배정받으려면 약 7억 원에 가까운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단지의 현재 시세가 6억~7억 원대, 주변 신축이 13억 원대임을 감안하면 재건축 투자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남권도 예외가 아니어서, 개포주공 6·7단지에서는 전용 53㎡ 소유주가 전용 84㎡를 받을 경우 최대 7억5000만원의 분담금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담금 급등의 주된 배경에는 건설 자재값 상승이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국제 물가가 오르면서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대비 현재까지 4%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안전사고 예방 관련 비용이 더해지면서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의 평당 공사비는 1000만 원 수준에 육박했다. 공사비 상승에 대출 규제까지 겹쳐 분담금 납부 수단마저 마땅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비용 부담이 커지자 여의도 재건축 단지에선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40억 원 이상 대형 주택을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세 부담을 우려한 소유주들과, 조합설립인가 이후의 지위 양도 제한을 피하려는 급매물까지 가세하면서 매물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성 위기가 본격화하자 정치권은 용적률 상향을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민간 정비사업 대상으로 용적률 상한을 현행의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제3종 일반주거지역 법정 상한인 300%를 360%까지 올리겠다는 구상으로, 서울시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기서 더 나아가 법적 상한의 1.3배, 즉 390%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적률 상향이 분담금에 미치는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기준으로, 용적률을 300%에서 360%로 올릴 경우 공급 가능한 주택 수가 490가구 늘어나고 조합원 분담금은 2억 원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안대로 390%까지 확대하면 공급 물량은 740가구 더 늘어나고 분담금은 4억 원 추가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공사비 변동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어 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대로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용적률이 높아져도 상향된 부분의 일정 비율을 공공임대 등으로 기부채납해야 하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실질 사업성 개선 폭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가가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용적률 상향만으로 재건축 사업성을 회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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