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이 집값 올린다…재초환 '역설', 반포·용산 넘어 서울 전역으로 번지나

서울 재건축 단지에 수천억 원대 초과이익 부담금이 현실화되면서 집값을 되레 끌어올리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반포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의 전용 84㎡ 입주권은 올 7월 50억 원대에서 8월 57억 원으로 단숨에 뛰었고, 정비업계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 확정 예고가 가격 상승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본다.

부담금이 집값 올린다…재초환 '역설', 반포·용산 넘어 서울 전역으로 번지나
ⓒ 머니투데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사업 완료 시점의 주택 가격에서 착공 시점의 집값과 정상적인 가격 상승분, 개발 비용 등을 뺀 나머지 초과 이익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집값이 크게 오를수록 부담금도 덩달아 불어나는 구조인데, 바로 이 점이 이중으로 집값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래미안 트리니원의 예상 재건축 부담금은 총 5149억4844만 원으로 서울 전체 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가장 많다. 조합원 1620명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약 3억2000만 원에 달한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지난 7월 준공인가를 받고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준공인가 후 5개월 이내에 부담금 결정·부과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서초구청은 이미 조합에 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안내하는 등 실무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거액의 부담금이 추가 가격 상승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이 수억 원의 현금 부담을 안게 되면, 매도 희망자들은 그 비용을 반영해 호가를 더 높이고, 매수자 역시 미래 부담금까지 감안해 가격을 지불할 각오를 한다. 결국 투명하게 부과되어야 할 부담금이 되레 집값 급등의 연료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강남을 넘어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용산구 한강맨션의 예상 부담금은 총 4722억5529만 원으로 서울에서 두 번째 규모다. 조합원이 694명에 불과해 1인당 환산 부담액은 약 6억8000만 원에 달한다. 영등포구 신길10구역도 약 1436억 원의 부담금이 예상된다. 이들 상위 3개 사업장의 부담금 합산액만 1조1308억 원을 웃돌며, 서울 전체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지난해 37개에서 올해 46개로 늘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 9개, 강남구 8개, 송파구 8개 순이다.

사업 추진력 약화도 우려 사항이다.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수억 원대 부담금까지 겹치면 조합원 간 비용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거나 사업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노후 주택 재건축이 지연되는 단지가 늘수록 장기적으로 신규 주택 공급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재초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국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제도 전면 폐지안부터 일부 지역 면제안, 감경 요건 보완안까지 다양한 방향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 차이로 관련 법안들이 모두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며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재초환의 구조적 문제점으로는 아직 현금화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이 꼽힌다. 이 비용은 단순히 매매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팔 생각이 없는 조합원의 전·월세 가격에도 전가돼 주변 임대시장 전체의 주거비 부담을 끌어올릴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매각 차익이 발생할 때까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적 완충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현금 여력이 없고 추가 대출도 어려운 조합원이 미실현 이익에 대한 부담금을 억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가계 소비 여력이 줄고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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