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00만원 거래 올해만 1610건… 강남 넘어 서울 외곽까지 확산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고액 월세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21년만 해도 연간 400건대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월세 500만원 이상 거래는 올해 들어 9월 9일 기준 1610건으로, 불과 5년 새 약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 매물 감소,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맞물리며 임대차 시장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세 500만원 거래 올해만 1610건… 강남 넘어 서울 외곽까지 확산
ⓒ 파이낸셜뉴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올해 월세 500만원 이상 거래가 발생한 곳은 18개 구에 달한다. 서울 10곳 중 7곳 이상에서 고액 월세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2024년 같은 기간 기준 1351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9% 늘어났으며,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한 2024년(1105건)과 비교해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주목할 점은 고액 월세의 진원지가 기존 강남권에서 강북, 그리고 외곽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전용 176㎡는 지난 3일 보증금 1억원, 월세 58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국토부 통계 기준 구로구 역대 최고 월세 금액이다. 같은 단지 전용 152㎡도 올해 2월 월세 51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노원구에서도 고액 월세 사례가 나왔다. 중계동 '청구' 전용 115㎡가 지난 3월 월세 700만원에 계약됐다. 기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부 월세로 전환한 사례다. 노원구 상계·중계동 일대에서는 10평대 후반~20평대 초반 구축 단지에서도 보증금 2000만~5000만원에 월세 90만~120만원 수준이 형성돼 있어, 일반 서민층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다.

월세 상승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월세 가격 상승률은 강북권이 6.61%로 강남권(4.97%)을 앞섰다. 강북권 아파트 평균 월세는 7월 기준 152만2000원으로 처음으로 150만원대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아 실수요자들이 몰리던 외곽 지역에서 오히려 월세 상승 압력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복합적인 구조 요인이 지목된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었고, 전세사기 여파로 세입자들 사이에서 전세 기피 심리도 확산됐다. 여기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경향이 더해지면서 임차 매물 자체가 감소했고, 수요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가격만 오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정부가 보유세·양도소득세 개편을 통해 등록임대주택 약 6만8000호의 매물 출회를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공급 확대 효과가 임대차 시장에 실제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수요 규제 등 각종 규제가 중첩되면서 고액 월세 거래가 강남에서 강북 주요 단지, 그리고 외곽으로 차례로 확산되고 있으며, 금리 상승이 전세의 월세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차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협상력을 잃은 세입자들이 더 먼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주거비 부담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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