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액을 당초 9억 원으로 줄이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현행 12억 원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최종 확정하면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들이 다시 보유·매도의 유불리를 따지는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을 최종 확정했다. 당초 8월 3일 공개된 원안은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종부세 세부담 상한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여론 반발과 부처 협의 과정에서 두 항목 모두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는 기본공제액을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수정안이 나오면서 비거주 고가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 부담은 원안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를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는 약 2,641만 원으로 예상된다. 원안 적용 시의 3,318만 원보다 677만 원(약 20%) 낮아진 수치다. 단,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절반 수준으로 오른다는 전제 아래 산출된 값이다.
그러나 핵심 강화 기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종부세율 조정 등 보유세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들이 수정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돼, 올해와 비교하면 세 부담은 여전히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강남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경우 비거주 1주택자 기준 보유세가 올해 2,227만 원에서 내년 3,262만 원으로 46.5% 증가하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도 1,258만 원에서 1,928만 원으로 53.3% 뛸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흐름 속에 강남 일대 공인중개소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세 부담이 일부 완화된 만큼 급하게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 조정 여부를 묻는 전화들이다. 실제로 강남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원안이 발표된 8월 3일 9,453건에서 월말 1만1,041건으로 급증했다가, 수정안이 확정된 9월 1일에는 1만996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일부 급매물이 회수되는 분위기가 수치로도 확인된 것이다.
다만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섣불리 매도를 결정하기도, 보유를 낙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보유세 강화와 함께 양도세 관련 규정 변경도 포함돼 있어, 집주인 입장에서는 팔 때와 보유할 때의 세 부담을 동시에 따져야 한다. 여기에 최근의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자들의 자금력이 약해진 점도 변수다. 수요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도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수정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기존안이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였던 만큼, 수정 이후에도 급격한 가격 하락보다는 거래 위축을 통한 가격 변동성 억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제개편안은 오는 3일까지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 심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최종 내용이 또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