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비거주 1주택자의 투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해당 차주가 실제로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지역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밝힌 이후, 금융 당국 내에서 관련 규제 방안 마련에 속도가 붙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투기성 1주택자를 걸러내는 논점을 크게 두 가지로 좁히고 있다. 하나는 비거주 1주택자가 낀 전세, 다른 하나는 해당 1주택자가 실제로 소유한 주택의 가격과 소재 지역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투기성 1주택 여부를 결정할 때 어느 지역에 집을 보유하고 있느냐도 개념적으로 중요하다"며 "전세뿐 아니라 실제 소유 주택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보유 주택의 성격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전세 기준으로 투기성을 판별할 경우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비거주 1주택자 중에는 직장 이동이나 부모 봉양,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기 집을 세주고 나온 경우가 상당수다. 이들의 개별 사정이 워낙 달라, 전세 물건 하나하나를 놓고 투기성을 따지면 규제가 난수표처럼 뒤엉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실제 보유 주택을 기준으로 삼으면 규제 대상을 보다 명확하게 추릴 수 있다. 이 경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비롯한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1주택자가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끼고 강남 3구에 들어간 경우라도, 지방에 실제 주택을 보유한 차주와 강남에 아파트를 이미 갖고 있는 차주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 방식이 투기 수요를 선별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누구에게 공급해야 하느냐가 근본 문제"라며 "고가 주택 보유자의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이 규제 취지에 맞다"고 강조했다. 전세대출보증은 자산가보다 서민·중산층에게 우선 공급돼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주금공과 HUG가 전세대출 보증을 빠르게 늘린 것이 집값 상승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에 따르면, 주금공·HUG·SGI서울보증 등 3대 보증기관이 지난해 1주택자에게 제공한 전세대출 보증액은 약 13조 90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규제 실행을 위한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현재 보유한 데이터만으로는 비거주 1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의 특성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계에서는 국토교통부·국세청 등 유관 부처와 공동으로 데이터를 정제하는 작업이 선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기성 1주택자에 대한 개념 정의가 이뤄진 뒤에야 전세대출 보증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 확대, 신용대출 강화 등 구체적인 규제 방법론이 확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음 달 중 대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6·3 지방선거 이후 투기성 1주택자 관련 대출 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만큼, 올해는 전세대출 부문에서 당국이 고삐를 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