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가 두 달 만에 3억원 넘게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월 10억원에 거래됐던 DMC한강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 84㎡(전용면적)는 3월 25일 13억5000만원에 팔렸다. 서울 집값이 치솟는 사이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자, 규제권역 밖 경기도 일대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0·15 주택시장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조치 이후 규제에서 빠진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제한되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LTV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실거주 수요뿐 아니라 갭투자 수요까지 외곽으로 유입되는 배경이다.
서울과 인접한 지역일수록 상승 폭이 크다. 덕양구 덕은동은 마포구와 맞닿아 있어 '마포구 덕은동'으로 불릴 정도로 생활권이 가깝고, 이 일대 한강변 아파트들이 잇따라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다산자이아이비플레이스 84㎡는 12억원에 거래되며 5일 전 거래가인 11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뛰었다. 구리시 금호베스트빌 134㎡는 17억1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파주 운정신도시아이파크 59㎡도 3월 28일 6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833만원으로, 지난해 6월 첫 대출 규제 시행 직전의 약 10억2660만원보다 9개월 새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 진입 장벽이 높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출 여건도 나은 외곽으로 수요가 쏠리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4월 셋째 주(2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확인된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비규제지역인 화성시 동탄구(0.49%)였다. 구리 0.29%, 남양주 0.11%, 오산 0.06%, 동두천 0.04%, 김포 0.03%, 고양 덕양구 0.01% 등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외지인 매수세도 확인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이후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평택에 2085명, 파주 1869명, 고양 덕양 1747명, 남양주 1736명, 김포 1445명, 화성 동탄 1284명, 부천 원미 1072명, 구리 1070명의 외지인 매수자가 몰렸다.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고양 덕양, 남양주, 화성 동탄, 구리의 경우 서울 출신 매수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에서는 다주택자 매물을 제외하고 100%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만큼, 일부 투자자들이 세를 낀 매수를 위해 비규제 지역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혜택 축소를 예고한 만큼 순수 갭투자 비중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남혁우 우리은행 연구원은 "서울로의 관문 역할을 하는 부천, 의정부, 구리 등 인접 위성도시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