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등 주요 지역에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쏟아진 지난 석 달 사이, 기존 주택이나 토지를 처분한 자금 약 7조6000억원이 새 주택 매수에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준 결과, 시장에 나온 매물 상당수가 '더 좋은 한 채'로 갈아타려는 유주택자들에게 소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공개한 '내외국인 주택 자금조달계획서 자금 출처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제출된 내국인 자금조달계획서는 총 2만4974건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월 10일부터 외국인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가상자산 매각대금 항목 신설 등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시행한 바 있다.
서울 주택 매수 계약 시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가운데 절반 이상은 부동산 처분대금(1만4974건)이 자금 출처였다. 주택·토지 처분 금액이 4조3628억원, 임대보증금이 2조3491억원으로 합산 6조7119억원에 달했다. 서울로 유입된 갈아타기 자금만 4조원을 넘어서며, 사실상 유주택자의 상급지 매수세가 시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주택·토지 처분 금액이 높은 곳은 송파(4287억원), 강남(3367억원), 서초(2280억원) 등 강남3구와 강동(2560억원), 동작(2514억원) 등 한강벨트 선호지역이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양천(2328억원), 영등포(2257억원)도 갈아타기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노원(2832억원), 성북(2064억원), 강서(2002억원) 등 외곽 자치구에도 처분대금이 집중됐는데, 이는 인근 경기·인천 지역 유주택자들의 서울 진입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아 주택 매수에 쓴 금액도 2조원대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올해 3월 다주택자가 매도한 서울 아파트를 무주택자가 매수한 비율이 73%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보증금 반환 자금 상당 부분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쓰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는 1만8668건의 자금조달계획서가 제출됐으며, 이 중 67.1%(1만2528건)이 부동산 처분대금을 활용했다. 주택·토지 처분대금 3조2113억원, 임대보증금 1조6092억원을 합산하면 경기도 유입 부동산 처분대금만 약 5조원에 달한다. 광명, 과천, 분당, 수지, 하남 등 선호지역과 구리·동탄 등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분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부동산 처분대금 외에도 주식·채권 매각대금과 증여·상속 자금도 조 단위 규모였다. 주식·채권 매각대금을 기재한 건수는 5788건(23.2%), 금액은 1조359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증시 호황으로 주식 차익을 부동산으로 전환하려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증여·상속 건수는 전체의 25.7%(6218건)였으며, 그 중 증여 금액이 1조298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조치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증여 자금을 끌어다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매각대금을 기재한 계획서는 전체의 1.5%(376건), 금액은 264억원에 그쳤다. 가상화폐 시장 침체와 변동성 확대로 코인 차익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기관 대출로 주택을 매수한 사례는 61.6%(1만5381건)였으며, 금액은 5조2562억원으로 건당 평균 대출액은 약 3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