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어 두 곳에서 동시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다. 신반포19·25차에선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압구정5구역에선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맞붙는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보기 드문 경쟁 입찰이 성사된 데다 대형 건설사들의 재대결까지 맞물리면서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강 조망 특화 설계부터 파격적인 금융조건까지, 막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신반포19·25차는 신반포19차·25차·한신진일·잠원CJ빌리지 등 4개 단지를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지하 4층~지상 49층, 총 614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두 회사의 맞대결은 2024년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이후 약 2년 만이다. 조합원이 446가구로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지만, 반포·잠원 일대에서의 입지적 상징성과 희소성이 커 출혈 경쟁도 감수하는 분위기다.
'래미안 일루체라'를 제안한 삼성물산은 업계 최고 신용등급(AA+)을 바탕으로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100%, 분담금 후불제, 사업비 조달 무제한 등을 내걸었다. LTV 100% 조건을 통해 신반포25차 전용면적 84㎡ 기준 종전자산평가액 예상치인 약 35억원 수준까지 이주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한신16차 재건축 이후에도 한강 조망이 방해받지 않는 설계도 강조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제로 투 원(021)' 금융 플랜을 핵심 카드로 꺼냈다. 분담금 0원, 각 세대 금융지원금 2억원(계약 후 1억원·사업시행인가 후 1억원 순차 지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금리 조건이 골자다. 정부의 이주비 대출 규제 강화로 시공사의 금융 조달 능력이 수주전 핵심 변수로 떠오른 만큼, 조합원 부담 최소화에 방점을 찍은 전략이다. 설계 측면에서는 'ㅁ'자 형태의 스카이브릿지와 대형 유리창을 통한 파노라마 한강뷰 구현을 앞세우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지 중 유일하게 경쟁 입찰이 성사된 압구정5구역에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격돌한다. 이 두 회사의 맞대결은 2020년 용산 한남3구역 이후 6년 만이다. 압구정5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 1·2차 아파트를 최고 68층, 1397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대신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단지명으로 제시하며 압구정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헤리티지 계승을 전략의 전면에 내세웠다. 압구정 2·3구역 및 갤러리아백화점과의 연계, 제로 월(ZERO WALL) 240도 광폭 파노라마 조망을 통한 한강뷰 특화도 강조한다. 전체 공사비 1조4960억원(하이엔드 특화비용 1927억원 포함), 이주비 LTV 100%, 추가분담금 최대 4년 납부 유예, 전체 사업비 조달금리 코픽스(COFIX)+0.49% 등의 조건도 제시했다.
DL이앤씨는 '아크로 압구정'을 내세워 조합원의 현금 흐름 안정성과 신속한 입주를 핵심 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필수사업비 가산금리 0%, 이주비 LTV 150%, 입주 후 최대 7년 분담금 납부 유예가 대표 조건이다. 국토교통부 신기술 인증을 받은 100년 내구성 기반의 초고층 기술 적용도 약속했다. 압구정5구역에서도 단지명에 브랜드 대신 지역명 '압구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은 현대건설과 같다. 삼성물산 역시 압구정4구역에 '래미안' 대신 '컬리넌 압구정'을 제안하며 비슷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
강남 핵심지를 둘러싼 이번 수주전의 열기는 여의도, 성수 등 다른 주요 정비사업지로도 번지고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시범·목화아파트 등도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강변 초고층 개발의 상징으로 꼽히는 성수4지구에서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경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의도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반포·압구정에서 파격 조건들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단지에도 어떤 조건이 제시될지 조합원들의 관심이 높다"며 "수의계약 시 건설사와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어 경쟁 입찰을 바라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경쟁 입찰이 이뤄질수록 조건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강남권 수주전의 조건이 다른 정비사업지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어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며 "정부 규제 강화 이후 단순 브랜드 경쟁보다는 금융조건과 설계 차별화 등 디테일 싸움으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