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의 신용정보를 상호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안심월세'가 등장한 배경에는 임대차 시장 내 불신의 심화가 자리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3법은 세입자 권리 보호를 강화한 반면,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내 집임에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반감을 키웠다. 한번 세입자를 받으면 계약 종료가 어렵고 임대료 인상도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전세사기 사태는 반대편 경계심을 자극했다. 세입자들 사이에선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일부 악성 임대인의 사례가 임대인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세제 규제로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납부 능력을 꼼꼼히 따져보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임대차 분쟁, 5년 새 5배 이상 급증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차 분쟁조정 건수는 952건으로, 전년(685건)보다 39% 증가했다. 2021년 187건에 불과하던 것이 2022년 419건, 2023년 645건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늘었다. 4년 만에 다섯 배 넘게 불어난 셈이다.
갈등이 깊어지자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임차인 면접 의무화 요구까지 제기됐다. 청원인은 "깜깜이 임차 계약 구조 속에서는 전과자인지, 신용불량자인지 알 도리가 없다"며 임차인에게 신용정보조회서·범죄경력회보서·소득금액증명원·세금완납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서류전형 단계에서 요구하는 이른바 '악성 임차인 방지법' 도입을 촉구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 흐름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임대차 계약 가운데 68.6%가 월세(보증부월세·반전세 포함)였다. 전년 동기보다 7.9%포인트 높은 수치다. 전통적으로 전세 비중이 높았던 아파트 시장에서도 올해 월세 비중이 51%로 처음으로 전세를 앞질렀다.
강북도 월세 300만원 시대…임차인 소득·직장 확인 요구 늘어
월세 가격 상승도 집주인들의 검증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96에서 올해 4월 102.7까지 꾸준히 올랐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전용면적 84㎡ 기준 월세 300만원 매물이 보편화하는 추세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용 84㎡ 매물을 월세 340만원에 내놓으려 한 임대인이 임차인의 직장과 소득을 물어왔다"며 "직장인 한 달 월급 수준의 월세를 제대로 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안심월세' 서비스 등장…양극화 우려도 제기
이런 흐름 속에 프롭티어가 출시한 '안심월세'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동의 아래 상대방의 신용 이력과 임대차 이력을 상호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프롭티어 측은 "갈등 소지가 있는 상대와 처음부터 계약하지 않으면 연체·소송 등 사후 비용을 피할 수 있다"며 "양측이 바람직한 거래 이력을 쌓을수록 더 나은 조건을 얻게 되는 인센티브 구조"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임차인 신용정보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임대인의 열람도 48시간 후 자동으로 제한해 정보 유출 위험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현재 테스트 단계를 거쳐 오는 8월 자체 앱을 통한 서비스 본격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가 임대차 시장 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월세스코어가 낮은 임차인은 실제로 납부 능력이 있어도 원하는 지역에 거주하지 못하고 비선호 지역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며 "매매 시장에 이어 임대차 시장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