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성과급 나눠갖는 사이…TSMC·마이크론은 수십조 투자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서명하며 총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이번 합의에 담긴 '사업 성과 N%' 고정 지급 방식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삼성·하이닉스 성과급 나눠갖는 사이…TSMC·마이크론은 수십조 투자
(출처 : 매일경제)

지난 22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시작된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참여율은 이틀째인 23일 80%를 넘어섰다. 투표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되며, 투표자 과반이 찬성하면 최종 확정된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 대다수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소속인 만큼 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사업성과의 10.5%로 정하고 상한을 두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급 재원은 DS 부문 전체 기준 40%, 사업부 기준 60%로 나눠 배분된다. 단순 계산으로 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가 이 합의안을 주목하는 이유는 사업 성과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장기간 공식화하는 방식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을 처음 제도화한 기업은 SK하이닉스다. 영업이익의 10%를 전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하면서,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올해 초 약 1억5000만원(세전·연봉 1억원 기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같은 산정 방식을 적용하면 내년에는 1인당 약 6억3000만원의 보상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되 첫해 80%, 이후 10%씩 2년에 걸쳐 분할 지급한다. 직원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급의 최대 50%까지 자사주로 전환할 수도 있으며, 별도 매매 제한은 없다. 삼성전자 잠정합의안은 성과급 전액을 주식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사업 성과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장기간 고정해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다. 대신 이사회 재량이나 수익성·전략 목표·개인 성과를 종합해 현금과 주식으로 보상하는 방식을 쓴다.

TSMC는 정관상 연간 이익의 최소 1% 이상을 직원 이익 공유 상여금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지급 규모는 이사회가 최종 결정한다. 지난해 직원 9만여 명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2061억여 대만달러(약 9조6000억원)로, 영업이익 대비 10.6% 수준이었으며 1인당 약 1억1000만원을 수령했다. 마이크론은 수익성 목표와 전략 목표를 6대4 비율로 반영해 회계연도 종료 후 연 1회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현금 보너스와 주식 보상을 병행하되 1인당 평균 수령액은 공개하지 않는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삼성전자 잠정합의안은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해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모색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성과 기준이 당기순이익이 아닌 노사 합의 하의 영업이익으로 설정된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성과급 산정 구조가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걱정거리다. AI 메모리 호황을 맞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 투자 경쟁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재원의 상당 부분이 성과급으로 빠져나갈 경우 한국 기업들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TSMC는 올해 설비 투자를 최대 560억달러(약 84조8000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며, AI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 증가에 발맞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론 역시 2026회계연도 설비 투자를 250억달러(약 37조9000억원) 이상으로 책정했으며, 올해 1월 착공에 들어간 미국 뉴욕주 클레이 메가팹에 향후 20년간 최대 1000억달러(약 15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설비 투자도 추가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110조원 이상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성과급 제도 정착과 대규모 설비 투자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된 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재원 배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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