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이하가 집값 끌어올렸다…서울 아파트 중위가 5개월 새 '역대 최대' 상승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단 5개월 만에 1억2000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을 기록했다. 상승을 이끈 건 강남 초고가 아파트가 아닌, 30대 무주택자들이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였다.

15억 이하가 집값 끌어올렸다…서울 아파트 중위가 5개월 새 '역대 최대' 상승
ⓒ 한국경제

9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2억383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과 비교하면 1억1833만원, 상승률로는 10.56%에 달한다. KB가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같은 기간(1~5월) 기준으로 상승률과 상승액 모두 사상 최고치다. 중위가격은 전체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하는 값으로, 이례적 고가 거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실수요자의 체감 가격에 가깝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집값 급등기와 비교해도 올해 상승세는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빠르게 오르던 2018년 1~5월 중위가격 상승률은 6.59%(4644만원)였다. 이른바 '패닉 바잉'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던 2021년 같은 기간에도 3.71%(3574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상승률은 이들 과거 최고 수준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셈이다.

올해 집값 상승의 구조는 최근 몇 년과 뚜렷이 다르다.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강남권 초고가 단지가 평균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도였지만, 올해는 양상이 역전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최근 80%를 웃돌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은행권에서 최대 6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주택으로 무주택 실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올해 2~5월 서울 아파트 매매 81%가 15억원 이하에서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강북권과 서울 외곽 중소형 평형대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전세 시장 불안도 매수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수급지수는 최근 182.7을 기록해 2020년 11월(19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악 수준으로 악화됐다. 공급 부족으로 전세 물량이 급감하자, 세입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 부족이 1~2년 안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장의 인식이 퍼지면서 15억원 이하 주택을 중심으로 한 매수 전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고 지적한다. 대출 한도 차등 적용,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등의 조치가 시장에서는 공급을 옥죄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으면서도 30대 신혼부부나 무주택자가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10억~15억원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강남권 집값 오름세는 한풀 꺾였지만 서울 외곽이나 소형 평형대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중저가 아파트 가격 급등은 무주택 중산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을 한층 더 가중시키고 있다. 10억원 수준이던 아파트가 13억~14억원까지는 지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집값 상승이 중산층의 박탈감을 자극해 최근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주 인기 글

NEWS

댓글 쓰기

💬 욕설 및 비방, 홍보성 댓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