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 상장 러시, 반도체 자금 흐름 바꾸나…삼성전자·SK하이닉스 변동성 확대 우려

기업가치 약 2660조원에 달하는 스페이스X가 오는 12일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AI 비상장 기업들의 증시 입성이 이어질 경우 반도체주 중심의 투자자금 흐름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경고가 금융투자업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 상장 러시, 반도체 자금 흐름 바꾸나…삼성전자·SK하이닉스 변동성 확대 우려
ⓒ 스페이스X

지금까지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대형 AI 기업은 비상장 상태였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살 수 없었다. 대신 이들 기업이 쓰는 반도체를 만들거나 관련 공급망에 속한 종목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AI 성장에 간접 베팅해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수혜를 톡톡히 받아온 배경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를 시작으로 오픈AI와 앤트로픽까지 직접 상장 후보로 떠오르면서 이 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를 비롯해 오픈AI, 앤트로픽 등 AI 기업들의 연내 자금 조달 규모가 합산 2400억달러(약 363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I 기업 주식을 직접 살 수 있게 되면, 굳이 반도체주를 경유해 투자할 이유가 줄어드는 셈이다.

지수 편입 일정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S&P500 조기 편입은 막혔다. S&P 다우존스 인덱스는 시가총액 규모만을 이유로 한 예외 편입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S&P500 입성은 2028년 이후로 예상된다. 그러나 나스닥100은 대형 IPO가 상장 후 15거래일 만에 지수에 편입될 수 있도록 규정을 이미 완화했고, FTSE 러셀 미국지수도 상장 후 5거래일 뒤 편입을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신속 편입이 현실화될 경우 패시브 자금의 강제 매수 규모가 약 14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정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면 그만큼 다른 종목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낮은 초기 유통물량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전체 지분의 약 4~5% 수준으로 예상된다. ETF가 매입해야 할 물량은 커지는데 실제 시장에 나온 주식이 적으면 가격 진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후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유통 물량이 급격히 늘어 주가에 하방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가 최근 9000선 문턱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어온 영향이 컸다. 두 종목을 담은 AI반도체 ETF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도 잇따라 상장돼 있어, 미국 AI 반도체주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주간 전망에서 스페이스X 나스닥 상장이 수급 관점에서 기존 주도주에 대한 자금 유출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도 12일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고, 11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와 맞물려 파생 수급 영향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IT하드웨어·가전 등 AI 밸류체인 관련주가 변동성 확대의 중심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스페이스X 상장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직접 충격 요인으로 과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스페이스X 공모 수요가 공모액의 두 배 수준인 약 1500억달러로 전해졌지만, 이 자금이 곧바로 국내 반도체주에서 이탈하는 구조는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증시 규모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러셀3000 지수 편입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약 79조달러에 달하는 만큼,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에서 스페이스X 한 건의 상장이 두 종목의 주가 방향을 결정짓기보다는 AI·반도체 쏠림 장세에서 장중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외부 변수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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