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빠르게 걷히면서 국내 증시가 일제히 강한 반등에 나섰다. 미국과 이란이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는 15일 5% 넘게 치솟으며 8545.98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2.36포인트(5.20%) 오른 수치다.
종전 MOU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60일 휴전 연장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의 합의가 지금 마무리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집중적인 회담 끝에 미국과 이란이 평화 합의에 도달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양측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하기로 선언했다"고 공개했다.
이날 장 초반부터 강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개장 6분 만인 오전 9시 6분께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상승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되며,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이는 지난 12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발동이다. 올해 들어 매수·매도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26건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기록과 같아졌다. 서킷브레이커까지 포함하면 올해 시장 개입 조치는 총 29번에 이른다.
상승장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12일 24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끊은 데 이어 이날도 1조11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이틀 연속 '사자' 행보를 이어갔다. 기관 역시 5392억원 순매수로 가세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틀째 순매도를 지속하며 이날에만 1조4882억원을 내다팔았다.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4.50% 오른 33만7000원, SK하이닉스는 6.42% 상승한 228만8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970조1958억원으로 2000조원 탈환을 코앞에 두게 됐다. 장중에는 삼성전자가 6%대, SK하이닉스가 7%대까지 오르며 한때 각각 34만원대와 230만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상승 마감했으며, 삼성전기는 10%를 웃도는 급등세를 보였다.
중동 전쟁 종전으로 유가 하락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항공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제주항공·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등 주요 항공사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정부의 청년층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추진 소식이 전해진 현대약품과 TS트릴리온은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제한됐다. 코스닥지수는 장 초반 1.86% 상승 출발했으나 결국 0.48% 오른 1034.03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8064억원 순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과 기관이 각각 6164억원, 2164억원을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자금 유입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힘입어 소폭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7원 내린 1511.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주간 종가 기준 6월 1일(1504.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키움증권은 미·이란 협상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경우 외국인 수급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9000선 돌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