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잔고가 연초 대비 7조5000억원 급증해 지난달 36조3000억원을 넘어서자 금융당국이 직접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와 공동으로 증권사 리스크담당 임원(CRO) 10명을 불러 선제적 위험 관리와 투자자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증시 활황에 따른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잠재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미수금 일평균 잔고 역시 같은 기간 꾸준히 늘어 지난달 기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미수거래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과도한 투기수요를 자극하고, 증권사 건전성에도 부담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우려도 이번 간담회 배경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에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리면서 관련 시가총액이 14조 원을 돌파했으나, 변동성 장세에서 손실률이 최대 마이너스 37%에 달하는 등 부작용도 잇따랐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92%에 이르는 만큼 시장 충격이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담회를 주재한 서재완 금감원 투자부문 부원장보는 형식적인 신용공여 한도 운용에 그치지 말고 탄력적이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수금 미상환으로 인한 채권 부실화 등 시장 상황 악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앞서 황선오 자본시장·회계 부원장도 지난 5월 브리핑에서 "코스피 상승세 이면의 리스크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며 신용융자 관련 위험 관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반대매매 발생 요건, 손실 가능 범위, 투자자 유의사항 등을 명확히 안내해 위험 인식을 높이도록 주문했다. 약관·설명서 등 설명 의무 이행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됐다. 신용융자 금리 인하나 수수료 할인 이벤트 등 투자자를 과도하게 유인할 수 있는 마케팅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달됐다.
유동성 관리 문제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주식 일별 거래 규모가 늘면서 결제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단기 자금 조달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 5곳의 일반 기업어음(CP)·단기사채 미상환 잔액이 41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시장이 급변할 경우 단기 조달 구조 자체가 위험 요인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비상 자금조달계획의 적정성을 자체 재검토하고 단기 조달 규모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외환 관련 리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규모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규모 확대 등 상황에도 적절히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현재 사전예고가 완료된 '부동산 건전성 제도 개선'과 사전예고 중인 '유동성 규제체계 개편안' 등 건전성 관련 법령 준수를 위한 전산 시스템 사전 준비도 요청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문제 인식과 정책 방향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제적인 건전성·유동성 관리에 힘쓰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금감원은 금투협과 함께 레버리지 투자 및 반대매매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상황에 따라 적시에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