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대란 악몽 재현되나… 용산·성동 등 서울 4개 구 전세가격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다주택자 압박과 공급 위축이 맞물리면서 서울 주택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주택 전세가격 오름폭은 2.86%로, 2007년 이후 19년 만에 같은 기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월세 상승률도 2.83%에 달해 통계 작성 이래 같은 기간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임대차 대란 악몽 재현되나… 용산·성동 등 서울 4개 구 전세가격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 파이낸셜뉴스

이러한 가격 상승세의 배경에는 구조적 공급 부족이 자리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1~2022년 연간 6만 가구 안팎이던 서울 주택 착공 수는 2023~2025년 연간 3만 가구 안팎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진 결과,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보다 26.9% 감소한 2만7158가구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며 내년에는 1만7197가구로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여기에 정책 변수가 공급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실거주 의무가 강화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차단됐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대출 연장 제한 조치까지 겹치면서 임대차 매물 공급이 줄었다. 매물 감소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올해 1월 초 4만4424건에서 4월 말 3만189건으로 약 32% 급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부동산원 월간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서울 용산·성동·광진·송파구 등 4곳의 주택(아파트·빌라 등 포함) 전세가격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가격지수 기준으로 전 고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매가격지수는 이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고점을 넘어선 바 있다.

구별로 살펴보면 용산구의 5월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102.1로, 직전 최고치였던 2022년 1월(101.0)을 돌파했다. 성동구는 103.1로 역시 임대차 대란 당시 수준을 넘어섰으며 광진구와 송파구도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KB부동산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월 기준 6억8147만원으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위 전세가격도 6억원으로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다시 6억원 선을 넘어섰다.

전 고점 돌파 지역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영등포구는 5월 주택 전세가격지수가 102.2로 사상 최고치(102.8)의 99% 수준까지 올라섰고 동대문구·종로구도 최고치 대비 98%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어서 경기 성남 수정구, 하남시, 수원 팔달구 등도 임대차 대란 당시 최고치의 99% 수준까지 바짝 근접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연내 보유세·양도세 인상 공식화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추가 규제는 전월세 가격 거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세가격 상승분이 월세로 전가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득이 낮은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임대차 시장과 공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가격 안정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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