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조 빚투의 역습…코스피 급락에 반대매매·레버리지 손실 현실화

AI 반도체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던 국내 증시가 6월 8일 8,000선 붕괴라는 충격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둔화 우려와 금리 인상 압력이 동시에 덮치며 '검은 월요일' 공포가 현실화된 것이다. 문제는 이번 하락이 단순한 지수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사상 최대치인 38조원에 육박할 때까지 쌓아온 개인 투자자들의 빚이 이제 손실로 전환되고 있다.

코스피 급락 딜링룸
ⓒ 파이낸셜뉴스

6월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8,383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38조원에는 소폭 못 미치지만,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통상 주가 상승 기대가 클수록 불어나는 이 수치가 최고치 수준을 유지하던 중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강제 청산, 즉 반대매매 압박이 현실화됐다.

지난 5일 반대매매 금액은 1,661억원으로, 전 거래일(243억원)의 약 8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율도 9.1%까지 치솟으며, 2023년 10월 24일(53.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대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주식이 하한가(-30%)에서 강제로 매각되는 구조다. 피해는 투자자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단기 신용거래인 위탁매매 미수금도 지난 5일 1조6,8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5,000억원이나 급증하며 미·이란 전쟁 이후인 3월 초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미수거래는 결제일(T+2)까지 부족한 금액을 납입하지 못하면 3거래일째 주식이 강제 매각된다.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한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달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직후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집중됐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8거래일 연속 개인 순매수가 이어져 5월 27일부터 이날까지 순매수 총액이 2조2,407억원에 달했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도 같은 기간 2조88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8일 삼성전자가 전장보다 10.18% 하락한 29만5,500원, SK하이닉스가 7.68% 내린 191만1,000원에 마감하면서 이들 레버리지 상품은 목표했던 2배 수익 대신 20% 안팎의 급락으로 마무리됐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20.71%,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20.69% 각각 떨어졌다. SK하이닉스 계열 레버리지 상품들도 15~18% 수준의 동반 하락을 기록하며 일제히 상장 당시 기준가인 2만원을 하회했다. '음의 복리효과'가 작용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실제 투자자 손실은 지수 하락률의 2배 이상으로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 5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의 순자산총액은 7조3,768억원으로, 하루 만에 9.3% 줄었다.

투자자들의 상실감은 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하면서 증시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정작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탓이다. 주식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계좌를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글이 잇따랐고, 이틀 사이 1억원 이상의 손실을 토로하는 글도 올라왔다.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하루 만에 -30%를 찍었다"며 "지옥 같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지난 주말에는 세입자 전세금까지 포함해 10억원 이상을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17%대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라는 내용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됐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급락을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추가 매수로 평균 단가를 낮추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미국의 AI 투자 기조가 유지되는 한 국내 반도체 섹터의 낙폭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단기 충격이 진정되면 반등 국면이 올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AI 반도체 투자 둔화 우려와 금리 인상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빚투 잔고는 추가 하락 시 반대매매를 통한 연쇄 충격을 키울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된다. 신용거래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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