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규제지역의 대출 장벽이 높아지면서 비규제지역으로 매수세가 빠르게 옮겨붙고 있다. 구리·남양주·화성 동탄구·용인 기흥구·수원 권선구·안양 만안구 등 수도권 6개 비규제지역의 올해 상반기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만6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556건)보다 64.8% 증가했다. 실거주 수요와 갭투자 수요가 뒤섞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 속도가 서울 못지않은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 간 대출 조건 차이가 자리한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제한되는 반면, 비규제지역은 LTV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갭투자도 허용되고 2년 실거주 의무도 없어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원을 넘어선 상태로, 지난해 6월 첫 대출 규제 이전과 비교해 9개월 만에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진입이 어려워진 20~30대 실수요자까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별 거래량 증가 폭은 두드러진다. 구리시만 보면 올해 1~5월 누적 거래가 21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1건)의 약 3배에 달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남양주에는 1736명, 구리에는 1070명의 외지인 매수자가 유입됐으며, 두 지역 모두 서울 출신 매수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격 상승도 수치로 확인된다. 구리시의 올해 아파트 가구당 평균 실거래가는 7억2126만원으로 지난해(6억5962만원)보다 9.3% 올랐다. 화성 동탄구도 같은 기간 9.3% 상승해 8억1276만원을 기록했다. 용인 기흥구(7.2%), 남양주(4.6%), 안양 만안구(4.1%), 수원 권선구(3.5%)도 일제히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올해 누적 주택가격 상승률은 화성 동탄구가 9.57%, 용인 기흥구가 5.99%로 경기권 최고 수준이다.
신고가 거래도 잇따른다. 구리시 인창동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 전용 84㎡는 이달 3일 1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시 수택동 '힐스테이트구리역' 전용 84㎡도 지난달 14억4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해 7월 같은 면적이 10억5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4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남양주 다산동에서도 '다산자이아이비플레이스' 전용 84㎡가 12억원, 전용 110㎡가 14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다산e편한세상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5월(8억9800만원)보다 약 2억원 오른 10억9500만원에 팔렸다.
각 지역이 주목받는 데는 개발 호재도 한몫하고 있다. 구리 인창동은 지하철 8호선을 이용해 잠실역까지 20분대, 강남역까지 4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 구리는 GTX-B 노선과 한강변 개발 기대감을 함께 안고 있어 서울 동북권 대체 주거지로 부상하고 있다. 남양주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기대감과 함께 왕숙·양정역세권·진접2지구 등 대규모 주택 공급도 진행 중이다. 용인 기흥구와 화성 동탄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종사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경기 남부 핵심 주거지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매매계약 해제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당 6개 지역의 계약 해제 건수는 1248건으로 전년 동기(1027건)보다 21.5% 증가했다. 추가 상승을 기대한 일부 매도자들이 배액배상을 감수하고 기존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규제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이 제기될수록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은 구리·화성 동탄·용인 기흥 등이 일부 정량지표에서 이미 규제지역 지정 요건에 근접했다며,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규제지역 지정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