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8조 이상 던졌다…코스피 10% 폭락에 버블 논란 다시 수면 위로

SK하이닉스가 25년 7개월 만에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코스피 시총 1위에 오른 다음 날, 증시는 정반대 방향으로 폭주했다. 23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9.99%(910.71포인트) 급락한 8203.84에 마감했다. 이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4일(-12.06%)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외국인·기관 8조 이상 던졌다…코스피 10% 폭락에 버블 논란 다시 수면 위로
ⓒ 뉴시스

이번 폭락의 구조적 배경은 두 종목에 대한 극단적 쏠림에 있다. 5월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총은 코스피 전체의 50%를 처음으로 돌파했고, 전날 시총 역전이 이뤄진 순간엔 두 종목의 비중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 7449조원의 55.6%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종목의 등락이 사실상 지수 방향을 좌우하는 구조가 이날 하락장에서 그대로 작동했다.

이날 외국인은 4조1천억원, 기관은 4조5천억원 규모의 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연기금이 이달 들어 2조3천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이날 역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연기금 매도 상위 종목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두 종목 모두 종가 기준 12%대 폭락으로 마감됐다. 반면 개인은 8조5천억원을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일간 순매수 기록을 세웠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은 이번 역전의 '질적 문제'였다.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순이익(2026년 280조원, 2027년 349조원)은 SK하이닉스(2026년 208조원, 2027년 272조원)를 여전히 크게 상회한다. 실적 기반의 역전이 아니라 주가 과열이 만들어낸 시총 순위 변화라는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코스피가 지난 18일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3거래일 만에 8200선까지 주저앉은 이유다.

이러한 현상은 한 달 전부터 예고됐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18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시점이 현재 강세장 종료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2000년 닷컴 버블 정점에서 시스코 시스템즈가 실적 뒷받침 없이 주가 급등만으로 S&P500 시총 1위에 올랐다가 나스닥 폭락으로 이어진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다만 보고서 작성자는 이날 "당시 분석은 파국적 붕괴가 아닌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짚은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삼성전자의 상승 속도 회복이나 AI 인프라 업종 중심의 순환매가 이뤄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빅테크 중심의 약세가 이어지며 AI 수익성 우려가 다시 불거진 것도 이날 하락에 가세했다. 오후 들어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오후 2시33분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전체 매매거래가 중단됐다. 올 들어 네 번째다. 같은 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양쪽 모두에서 프로그램 매도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잇따라 발동됐다.

한편 전날 사상 처음 시총 2천조원을 돌파하며 1위에 올랐던 SK하이닉스는 이날 12.47% 급락한 255만5000원으로 마감하며 하루 만에 삼성전자에 왕좌를 내줬다. 삼성전자 역시 12.31% 하락한 31만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년 사이 삼성전자 주가가 약 480% 상승하는 동안 SK하이닉스가 920% 넘게 폭등한 랠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되돌림을 겪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하루였다.

증권가에서는 버블 붕괴론과 구조적 재평가론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쪽에서는 실적 뒷받침 없는 시총 과열 자체를 리스크로 본다. 다른 한쪽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점유율 61%(2025년 기준)를 기록하며 AI 서버 수혜를 단일 집중 구조로 흡수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과거 닷컴 버블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은 다음 달 초 삼성전자 2분기 실적과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ADR 상장 승인 여부를 다음 분수령으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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