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취약성 8분기째 악화…한은 "수도권 집값·빚투가 뇌관"

국내 금융시스템의 중장기 건전성 지표가 2년 연속 악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46.0을 기록하며, 2024년 1분기 저점(36.7) 이후 8분기 연속 상승했다. 2008년 이후 장기 평균치인 45.7을 웃도는 수치다.

금융 취약성 8분기째 악화…한은 "수도권 집값·빚투가 뇌관"
ⓒ 금융불안지수 및 금융취약성지수

한은 장정수 부총재보는 "금융취약성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은 우리나라 금융 취약성이 중장기적으로 누적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상당 부분이 부동산 가격과 자산시장 상승, 특히 레버리지 투자(빚투) 등에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불안 지표인 금융불안지수(FSI)도 5월 17.2로 주의 단계(12 이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지난해 12월(16.3)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주택가격 재반등이 가계부채 증가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가계대출 월평균 증가액은 지난해 10∼12월 2조7,000억 원에서 올해 5월에는 9조3,000억 원으로 불과 반년 새 세 배 이상 불어났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주택 거래가 급증한 데다 주식 투자를 겨냥한 신용대출도 함께 늘어난 결과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5% 증가했다.

다주택 가구의 재무 구조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지난해 3월 기준 다주택 가구의 평균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33.7%로, 1주택 가구(28.1%)와 무주택 가구(23.1%)를 크게 웃돌았다. 집값 상승으로 순자산은 평균 10억700만 원으로 무주택 가구의 약 7배에 달하지만,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금융자산을 통한 부채 대응 능력은 오히려 취약하다. 한은은 "다주택 가구는 시장금리와 주택가격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와 질서 있는 매도 유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도 한층 선명해졌다. 이자보상배율은 대기업이 2024년 4.0배에서 지난해 5.4배로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0.7배에서 -0.4배로 소폭 회복했으나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1월 말 2.43%로 장기 평균(1.62%)을 크게 웃돌았다.

자영업자 위기는 고령화와 맞물려 잠재 부실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2015년 184만2,000명에서 지난해 269만7,000명으로 급증했으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96조 원에서 405조7,000억 원으로 네 배 이상 불어났다. 한은은 "고연령 자영업자는 소득 기반이 취약한 반면 부채 부담이 높고 비은행권 대출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경우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실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변수다. 올해 들어 이달 9일까지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은 948억1,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채권자금은 114억4,000만 달러 순유입되며 일부 상쇄됐으나, 합산 기준 833억7,000만 달러(약 128조 원)가 빠져나갔다. 한은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로 채권자금 유입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중동 정세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은 작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해왔으나,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흐름, 금융안정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이번 보고서에서 재확인했다. 금융안정보고서 주관위원인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레버리지 자산 투자도 확대되는 등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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