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9000선을 넘어서는 초강세장이 이어지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를 크게 초과했고, 이달 말 리밸런싱 유예 종료를 앞두고 연기금의 주식 순매도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7월 본격적인 자산 재조정에 앞서 선제적인 비중 축소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1월부터 6월 23일까지 누적으로 8조3960억원을 순매도했다. 월별로는 1월 1조7526억원, 2월 9239억원, 3월 3898억원으로 일시 감소했다가 4월 1조2623억원, 5월 2조382억원, 6월 들어 2조292억원(23일 기준)으로 다시 급증했다. 특히 6월 전체 순매도 가운데 77%에 해당하는 1조5638억원이 6월 16일부터 23일까지 단 일주일에 집중됐다.
증시 급등에 따른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주식 비중 불균형이 이 같은 흐름의 핵심 배경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자산 1526조원의 21%인 320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스피가 8500선을 넘어선 5월 말에는 비중이 29% 안팎까지 치솟았고, 이달 19일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면서 비중이 31.4%까지 올라선 것으로 추산된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5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였음에도 목표치를 10%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매도가 아니라 업종·종목 교체를 병행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6월 16~23일 순매도 상위에는 삼성전자(2981억원), SK하이닉스(2744억원), 현대차(1259억원), 미래에셋증권(1179억원), POSCO홀딩스(852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생명(607억원), SK(542억원), 효성중공업(411억원), 삼성물산(387억원) 등 금융·지주 계열 종목은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6월 누적 기준으로는 SK스퀘어(5268억원), 삼성전기(5125억원), 미래에셋증권(2605억원), 현대차(2138억원), LG이노텍(1976억원)이 순매도 상위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3965억원), NAVER(3870억원), 신한지주(1191억원), 삼성생명(1085억원) 등은 순매수로 방향을 잡았다. 종목 간 '교체' 성격도 두드러진다. SK스퀘어는 5월 2172억원 순매수에서 6월 5268억원 순매도로, 현대차는 5월 2209억원 순매수에서 6월 2138억원 순매도로 전환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5월 7484억원 순매도에서 6월 3965억원 순매수로 방향을 바꿨다.
이러한 수급 흐름은 상법 개정과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맞물리며 금융·지주주로 자금이 유입되는 시장 분위기와도 연결된다. 반면 상사·자본재, IT하드웨어, 증권, 자동차 업종에서는 비중 축소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역시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132조원을 순매도하는 등 글로벌 펀드의 기계적 리밸런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국민연금 리밸런싱 본격화에 따른 수급 부담이 겹치는 구조다. 국민연금이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순매도해야 한다는 관측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다. 리밸런싱 재개 후에는 국내주식 매도 자금의 상당 부분이 국내채권 비중을 높이는 데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실제 충격이 우려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코스피가 이미 고점 대비 조정을 받은 데다, 국민연금이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용 규칙을 정비한 만큼 단기간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은 재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은 "리밸런싱 과정에서 매도 물량이 출회될 수 있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일부 부담은 완화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어떻게 팔지는 철저히 비공개"라며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국내 증시 여건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