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인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수장들이 대만 타이베이에서 또 한 번 마주 앉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올해 들어 세 번째 회동을 갖고, AI 메모리 협력의 방향과 차세대 인프라 전략을 함께 점검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전략적 밀착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두 회사 수장의 만남은 지난 2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국식 식당에서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을 시작으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으로 이어졌고, 이번 대만 회동이 그 세 번째다.
최 회장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GTC 타이베이 2026'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참석해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을 직접 청취했다. 황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의 양산 로드맵과 함께 AI 팩토리, 피지컬 AI,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 생태계 전략 등을 소개했다.
기조연설 이후 최 회장은 엔비디아 경영진과 비공개 미팅을 진행했다. SK하이닉스는 자사 SNS를 통해 양사 경영진이 함께한 사진을 공개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가운데 양사 경영진이 만나 그 의미를 함께 나눴다"고 밝혔다. 또한 "AI 메모리 분야에서 함께 이뤄낸 성과를 되새기고 AI 인프라의 새로운 지평을 함께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동은 단순한 의전성 만남을 넘어 차세대 AI 인프라 경쟁에서 SK하이닉스의 역할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Full-Stack AI Memory Creator)'를 비전으로 내걸고, 메모리 공급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AI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과 AI 팩토리를 앞세워 차세대 AI 인프라를 확장할수록, SK하이닉스가 대응해야 할 범위도 넓어지는 구조다.
황 CEO는 같은 날 저녁 한국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의 만찬 행사인 '코리안 파트너 나이트'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LG 관계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이 함께했다. HBM 등 첨단 메모리 반도체와 로봇, 자동차, 클라우드 등 AI 산업 전반의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현지에서는 엔비디아가 특정 국가 기업들만을 위한 별도 행사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국을 우대하는 움직임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 CEO는 한국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HBM의 핵심 요소로 성능·품질·신뢰성·공급 능력을 꼽으며 "그래서 우리는 SK와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일정을 마친 뒤 방한해 최 회장과 다시 한번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SK그룹은 이번 연쇄 회동을 통해 AI 인프라 시대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고 있다.